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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현주희 사회부 기자> [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지난달 31일 토요일 오전, 여의나루역을 출발해 마포역을 향해 달리던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한 남성이 불을 지른 사건이 벌어졌죠. 이제 약 2주 정도 지났는데요. 해당 사건을 취재한 현주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건 당일 현장에 직접 다녀왔는데 화재 직후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승객이 대피한 상태였고, 불도 다 꺼진 뒤였습니다. 하지만 사고의 충격은 여전히 현장을 감돌고 있었습니다. 대피한 승객들은 마포역 2번 출구 앞에 모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는데요, 일부는 연기를 많이 흡입해 소방대원들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았고, 충격과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승객들 몸에는 검은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급히 대피하느라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피해 승객들에게 화재 당시 상황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합니다. 방화 장면을 직접 본 승객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갑자기 차오르는 연기에 놀라 소리를 지르는 등 그야말로 급박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피해 승객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오창근 / 사고 열차 대피 승객> "갑자기 불꽃이 확 올라오면서 검은색 연기가 그냥 열차 안에 꽉 차는 거예요. 사람들이 막 놀라서 소리 지르면서…" [앵커] 승객들의 증언만 들어도 정말 아찔한데요. 그런데 방화범이 현장에서 바로 붙잡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방화범은 범행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9시 45분쯤 여의나루역에서 검거됐습니다. 60대 남성 원 모 씨였습니다. 원씨는 부상자로 분류돼 들것에 실려 나왔는데요. 몸에 힘이 빠져 쓰러져있던 원 씨를 들 것에 실어 지상으로 옮긴 것도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들것에 실려가는 원씨를 보고 몇몇 시민들이 '이 사람이 범인 같다'고 외쳤는데요. 현장에서의 행동이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도 원씨의 손에 유독 그을음이 많은 걸 수상하게 여겨 혐의를 추궁했고, 결국 원씨는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범행 이틀 만에 영장실질심사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원씨는 범행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원 모 씨/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범> "(이혼 소송 관련해서 불만이 있었다는데 그거 공론화하려던 것 맞을까요?) 네, 맞아요. (대형 인명 사고를 낼 뻔했는데 입장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앵커] 본인의 가정사 때문에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더 확인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수사기관에서도 지금 그 부분을 계속 조사 중인데요. 먼저 경찰은 원씨가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불을 질렀고, 범행에 쓸 휘발유를 2주 전 주유소에서 구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원씨의 쌍둥이 형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은 이혼에 따른 위자료 판결에 불만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인 만큼, 범행의 다른 이유가 있는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지난 9일 원씨를 현존 전차 방화 치상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 송치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시민들, 그리고 서울지하철이 아주 큰 피해를 입었죠. 그래서 검찰은 또 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치료비와 심리상담 지원을 해서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겠다고도 밝혔습니다. 3억 3천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서울교통공사 역시 원씨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자칫하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로까지 이어질 뻔 했는데,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 덕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해서 가능했는지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본다면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열차는 한강 아래 있는 하저터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터널 길이가 무려 1km가 넘는데 그 중간에 멈춘 겁니다. 사실 열차에 터널까지 이중으로 밀폐된 공간에 불이 났다면 우왕좌왕하기 쉬운데요. 하지민 시민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먼저, 화재 사실을 기관사에게 바로 알렸고요. 기관사가 바로 열차를 멈추자 비상 개폐 장치를 열고 대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 먼저 살겠다’는 이기심보다는, 어린아이와 노약자 같은 약자들을 먼저 챙기려는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났던 한 승객의 말에 따르면, 열차에서 터널로 내려가기에는 그 높이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로 힘이 좋은 남성들분이 먼저 밑에 내려가서, 내려오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일일이 안아서 내려줬다고 합니다. <사고 열차 대피 승객>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앞에서 저 안아서 내려서 일일이 해주셨던 아저씨도 있고 50대 아저씨가 많이 도와줬고..." 불도 기관사와 승객들이 열차 안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서 침착하게 껐는데요. 신속한 대응 덕에 화재 발생 20여 분만에 불길이 모두 잡혔습니다. [앵커] 다시 봐도 참 감동적입니다. 대형 참사를 막는 데,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전면 교체된 열차 내부 구조도 큰 몫을 했다고요? [기자] 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는 열차 좌석이 모두 섬유 소재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대피할 새도 없이 유독가스가 급속도로 퍼진 건데요. 이 참사를 계기로 열차 좌석과 바닥, 그리고 전동차 벽체 등이 모두 불이 붙지 않거나 붙기 어려운 소재로 교체됐습니다. 이 뿐 아니라, 공교롭게도 한 달 전쯤 진행된 훈련도 참사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사고 열차에 타고 있던 기관사, 그리고 영등포승무사업소 직원들이 사고 발생 지난 4월 29일에 유사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진행한 겁니다. 당시 열차에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해 대응법을 익힌 게 빠른 대처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너무 다행스럽게 큰 인명 피해 없이 사건이 일단락됐지만요. 앞으로 무고한 생명에 위협을 가한 이런 범행,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이번 사건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는데요. 특히 지하철은 매일 수백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핵심 교통수단인 만큼, 공공의 안전이 한 사람의 무분별한 범행으로 위협받지 않도록 안전성을 더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안전 훈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훈련 기반을 더욱 강화해야 할 테고요. 또 초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기관사·관제사·역무원, 또 소방까지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유지해야겠습니다. 또, 방화범이 휘발유가 든 통을 들고 아무런 제지 없이 열차에 탑승한 만큼, 위험물질을 소지한 자에 대한 탑승을 제한하는 등의 최소한의 점검 절차가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현주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현주희(zu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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