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물가가 뛴 원인 중 하나가 라면, 커피, 빵 같은 가공식품입니다. 식품업계가 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특정 업체의 가격 인상 과정을 공개하며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내란사태 이후 반 년 동안 가격을 올린 식품업체는 60곳이 넘습니다.
주요 가공식품 가운데 초콜릿은 14% 넘게 뛰었고, 아이스크림과 라면값도 크게 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이례적으로 특정 업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식품업체 빙그레가 일부 유제품 가격을 올린 걸 겨냥한 겁니다.
유제품의 주요 원료인 국내 원유 가격이 그대로이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빙그레 측이 결국 가격을 올리고 유통업체에 통보했단 겁니다.
빙그레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단 입장입니다.
[빙그레 관계자 : 지속적인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원가 압박이 심화하여…]
정부는 그 이후에도 가격 인상 식품기업들에게 "빙그레처럼 협의 과정이 공개될 수 있다"고 언급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기업은 정부에 "가격 인상은 소비자 판단에 맡겨야 한다"거나 "공개해도 어쩔 수 없다,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른바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 등을 도입해 28개 품목 물가를 밀착 관리하던 때와는 정반대 분위기가 된 겁니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니까 안배를 해야 하는데, 물가 관리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식품업체 5곳을 현장 조사했는데, 가격 오름세는 대선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 국정공백기 상황은 정부가 상황 파악이라든가 개입 같은 부분이 제한적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본 게 아닌가…]
다만 새 정부가 강력한 물가 관리 의지를 밝힌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가격 인상 행렬에 제동이 걸릴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영상취재 황현우 / 영상편집 김영석 / 영상디자인 유정배 신재훈]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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