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언제 또 오를지 모를 미국발 관세부터 회복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내수까지. 출범 직후부터 경제를 강조해 온 새 정부 앞엔 적지 않은 과제가 쌓여 있습니다.
우선 관세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철강 단지와 건설사 줄폐업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건설 현장을 전다빈, 정아람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전다빈 기자]
중소 철강업체가 몰린 인천 동구 일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습니다.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 등 인천 주요 철강사가 잇따라 셧다운을 예고하면서 일거리가 연쇄적으로 끊긴 겁니다.
지난 3월, 철강 품목관세 25%를 매긴 미국이 최근 관세율을 50%로 대폭 인상한 게 직격탄이 됐습니다.
[최우영/철강 절단소 운영 : 관세 때문에 어떻게 보면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인데 그게 못 나가니까 결국 우리도 소재가 나가질 않게 되는…여기 다 죽는 거죠. 한 달간 일이 없다니까 그냥 뭐 놀고 있었죠.]
일부 업체는 직원 근무 일수까지 조정하며 버티는 상황입니다.
[최우영/철강 절단소 운영 : 6일 중에 3일 일하고 3일 쉬게끔 하는 업체들도 생겼었고…4월부터 좀 심각하다는 소리가 많이 나왔고 폐업하는 사람도 많이 나왔어요. (매출이) 70% 정도는 빠졌다고…]
설상가상, 미국 규제를 피하려는 중국산 저가제품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값싼 중국산 수입량은 8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고, 우리 업체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철강을 가공한 볼트 등 부자재는 이미 중국산이 잠식했습니다.
일부 중국업체는 아예 우리나라로 직진출하고 있습니다.
[신철주/볼트류 유통업자 : (저가 부품) 시장은 다 잠식됐어요. 지금 더 무서운 건 이제는 중국 회사들이 밀려 들어와요. 자기네 인천 지점을 냈으니 영업 다녀요.]
그나마 희망을 걸 만한 건 기술력이 필요한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이조차 유사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쇠를 깎는 데 쓰이는 한국산 부품, 알리 익스프레스에선 반값보다 더 싼 가격에 일주일이면 배송됩니다.
철강업계에선 빠른 관세 협상과 추경 등을 통한 기술 투자 지원을 새 정부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우영/철강 절단소 운영 : 첫째는 관세겠죠. 기술적인 투자를 좀 제대로 해줬으면…저희가 이제 중국이랑 비교한다는 게 좀 저희로선 가슴이 아파요.]
[서정원/공구 도매업자 : 지금 많이 힘든 상황이니까 정부에서 돈을 좀 풀어서 시설 확충이든 설비를 더 지원한다든가…]
나아가 벼랑 끝에 몰린 건설경기 등 내수가 살아나야 수요도 늘면서, 철강 관련 중소·영세업체들도 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아람 기자]
보신 것처럼 건설경기는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침체됐습니다.
여기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단지도 지난해 시공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3분의 1 정도 진행된 공사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1년 넘게 공사 현장이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성자/충남 아산시 방축동 : 베란다에서 내다보면요, 고물상 같아요. 그리고 여름에 장마에 비 많이 와서 물 고이면 벌레들이 말도 못 해요. 하루살이, 벌레 이런 게…]
아파트 주변 상권도 타격이 큽니다.
[인근 식당 관계자 : 아파트 짓는다고 해서 보고 들어갔는데 아파트가 부도나는 바람에 손해 봤다고요. 거기 보고 식당 들어가서 못 했으니까 손해 본 거죠.]
[인근 가게 관계자 : 이거 때문에 잘못된 사람도 있고. 여기 공사하다 대금 같은 거 물린 사람도 있고 식당들도 그렇고 한두 명이 아니죠.]
흉물이 된 이 아파트 단지는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로 넘어가면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처럼 허그가 매각을 떠안은 곳은 지난해 6개 사업장에서 현재 17개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폐업하거나 도산한 건설사가 크게 늘어난 영향인데 건설경기 장기 침체에 사겠단 곳도 없어, 허그가 다음달 직접 설명회까지 열기로 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곳곳에 짓다 만 아파트가 산재해 있습니다.
허그에 보증보험을 들었다가 분양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보증사고 역시 2년 전부터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경기 양주에 있는 이 단지 역시 지난달 보증사고 처리되며, 유령 아파트가 됐습니다.
276가구 모집에 고작 26명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이 0.09대 1에 그쳤습니다.
[서진형/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들은 그쪽 지역에 공급 물량들이 사실 많기 때문에 가격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 분양 시장들이 어려워짐으로 인해서 이러한 보증사고가 난 사업장들이 계속 증가하지 않을까…]
올들어 중견 건설사들의 줄폐업이 현실화하며 7월 위기설까지 불거진 가운데 새 정부는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 잡기와 침체한 건설경기 살리기, 두 가지 과제를 한 번에 떠안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이현일 정상원 이주원 김진광 / 영상편집 김황주 김지우 / 영상디자인 이정회 조성혜 / 취재지원 김윤아]
전다빈 기자,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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