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받는 가자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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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심화하면서 가자지구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미 극심한 굶주림 등 위기에 시달리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멀어진 관심 탓에 위기 상황이 더욱 심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인 전날부터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소가 운영을 중단했다.
유엔 당국자 출신의 한 가자지구 주민은 NYT에 가족을 먹일 식량 구하기가 갈수록 악몽처럼 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지에서 25㎏짜리 밀가루 한 포대 가격은 350달러(약 48만원)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이 주민은 NYT에 "이제는 다들 이란 얘기만 한다. 가자지구는 뒷전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 전 대학 교직원으로 일했던 다른 주민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멀어지는 경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 우려 없이 논란의 여지가 큰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문제 해결을 우선하느라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후순위로 미뤄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자지구에서 목격된 이란의 미사일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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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해체해야만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고, 하마스는 항복은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휴전 협상을 타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디언은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국제사회의 외교적 추진력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계기로 지금 당장은 사라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엔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관련 국제회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이후 기약 없이 연기됐다.
이 회의를 추진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가 연기된 이유에 대해 "현실적인 안보상 이유로 지연됐을 뿐, 가능한 빨리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날짜를 못 박지 못했다.
유럽연합(EU)도 사실상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격이던 'EU·이스라엘 협력 협정'을 재검토해 그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가디언은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던 국가들도, 이스라엘 국민이 이란 미사일에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비에 아부에이드 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고문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고 해서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수십명이 죽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은 어제보다 관심이 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에서 국제사회의 밀착 지원이 필수인 우크라이나 역시 관심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중동 지역의 불안정으로 확산하는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란 샤헤드 드론 격추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기로 했던 방공 미사일 2만기가 이스라엘을 위해 재배치됐다"면서 "엄청난 타격이다. 우리는 이 (방공) 미사일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며 '자원 재배치'에 따른 피해를 호소했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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