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은행들은 보통 특정 상품의 판매 실적을 쌓기 위해 지인 등을 통해 단체 가입을 독려합니다.
그런데 한 시중 은행이 당사자도 모르게 개인 정보를 도용해 은행 계좌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손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월, 직장인 최 모 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안내 문자를 받았습니다.
4년 전 개설한 계좌의 만기일이 다가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그 은행과 거래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최 모 씨 / 계좌 개설 피해자 : 이거 전화금융사기인가 하고, 이상하다 싶어서 제가 콜센터에 전화했어요. (은행에서) 계좌가 있습니다….]
최 씨는 은행 전산망에 있는 가입서류를 확인해 봤습니다.
자필 서명이 위조돼 있었습니다.
다른 은행 통장에 있는 최 씨 서명과 비교해 보면, 모양과 필체 모두 확연히 다릅니다.
직장 동료들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직장 동료 : 제가 주거래은행이 다른 은행이 있기 때문에 그 거래만 하거든요. 저는 그 당시 비과세 통장이 있었기 때문에 중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어요.]
알고 보니 은행 담당자의 남편이 최 씨 회사의 간부였습니다.
[당시 은행 담당자 : 남편 통해서 직원들한테 다 넘어갔다가 다시 그 서류를 받아서 저한테 온 거거든요. 전체적으로 직원들한테 이야기가 다 되고 설명도 들어가고 다 그런 거로 알고 있어요.]
은행 측은 가입서류에 최 씨 신분증이 복사돼있는 만큼 본인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은행 관계자 : 가입 의사를 판단하는 건 다른 데도 물어보시면 알겠지만, 신청서하고 신분증이죠. 그걸로 끝나고….]
은행들이 단체 가입을 유도하면서 본인 확인 절차에 소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 : 리스트에다가 옆에 사인하게끔 해서 집단 계좌 개설 형태로 편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최 씨는 은행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본인 확인 없이 통장이 개설되면 자칫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