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집주인이 1억 7천만 원을 올려 달래요. 막막해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직장인 최재혁(가명·52) 씨는 요즘 전셋값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재작년 6억 6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오는 9월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1억 7천만 원이나 값을 올려 8억 3천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최 씨는 "월급쟁이가 갑자기 1억 7천만 원을 어떻게 구할 수 있냐"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전세 세입자 김혜정(가명·47)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18년 5억 4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집주인이 5천만 원을 더 내거나 반전세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해온 겁니다.
김 씨는 "2년 전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다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정부 말을 믿고 전세를 택한 걸 후회한다"며 "평생 세 들어 살 생각하니 우울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KB 주택시장 동향(6일 조사 기준)'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6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 지난 4주 동안 0.84%나 뛰었습니다.
지난달 15억3천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의 현재 호가는 16억5천만~17억 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또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9억 원 전후로 형성돼 6·17대책 발표 전보다 1억 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강남구 등 학군이 좋은 지역의 전셋값 상승이 다른 지역의 도미노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재혁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종로구에 있는 아파트를 세주고 강남구로 이사했는데, 집주인이 올려달라고 한 2억 원 가까운 돈을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보유한 종로구 아파트 전셋값을 올려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최 씨에게 전셋값을 대폭 올려달라고 한 집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