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로 처참하게 파괴된 베이루트 항구
(베이루트 EPA=연합뉴스) 대규모 폭발로 처참하게 파괴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5일(현지시간) 모습. 전날 발생한 두 차례 대폭발로 최소 135명이 숨지고 5천여명이 부상했다.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폭발 참사의 시발점은 7년전 예정에 없던 화물선 입항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에 따르면 폭발의 원인이 된 베이루트 항구의 질산암모늄 2천750t은 화물선 로수스가 2013년 9월 싣고 들어왔다가 나중에 압류된 것이었다.
당시 로수스의 선장이던 보리스 프로코셰프는 이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이루트 입항은 예정에 없다가 선주의 욕심 때문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프로코셰프는 조지아 비료회사가 생산한 질산암모늄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있는 폭약 제조업체에 배달하러 가던 중 레바논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빚에 쪼들리던 선주 이고르 그레추시킨이 추가로 돈을 벌기 위해 레바논에서 요르단까지 중장비를 운송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시대로 질산암모늄을 로수스의 갑판 아래에 깔고 그 위에 굴착기, 로드롤러 등을 쌓으려고 했으나 장비가 너무 무거워 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프로코셰프는 "배 전체가 망가질 수 있어 중장비들을 실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갑판장이던 보리스 무신착은 "배가 낡아 갑판 덮개가 휘는 지경이었다"면서 "우리는 위험을 떠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주 그레추시킨은 항구 사용료와 승무원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로수스를 베이루트 항에 그대로 버렸다.
항구 사용료 때문에 법적 분쟁에 휘말린 로수스는 베이루트 항구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모습
(베이루트 AFP/MOUAFAC HARB=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