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인한 잔해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레바논 여성 멜키씨
[메이 리 멜키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메이 아부드 멜키(79)씨는 남편과 함께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주택에서 60년을 살았다.
그러나 멜키씨의 집도 지난 4일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몇km 정도 떨어진 멜키씨의 집은 폭발로 인해 가구가 부서지고 벽에 구멍이 뚫렸다. 유리창이 부서져 바닥 곳곳에 떨어졌다.
다행히 폭발 당시 남편과 함께 외출 중이었던 멜키씨는 사고 발생 다음 날 집에 돌아와서 거대한 잔해를 목격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멜키씨는 곧바로 집 안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버지가 결혼선물로 준 피아노는 이번 폭발에도 무사했다.
멜키씨는 조용히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사인'을 치기 시작했고, 이후 몇 곡의 아라비아 찬송가를 연주했다.
그녀의 집을 청소하기 위해 찾았던 자원봉사자들도 이내 피아노 옆으로 몰려와 예배하기 시작했다.
6일(현지시간) CNN, 메일 온라인에 따르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이같은 사연은 멜키씨의 손녀 메이 리 멜키씨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할머니의 연주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손녀가 올린 동영상은 2만회가량 공유됐고,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도 빠르게 퍼졌다.
슈퍼모델 벨라 하디드 역시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참사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동영상을 본 이들은 멜키씨의 연주가 레바논 사람들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멜키씨의 손녀는 "이 모든 절망에도 희망과 평화의 상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영상을 게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폭발로 처참하게 파괴된 베이루트 항구
(베이루트 EPA=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이튿날인 5일(현지시간) 폭발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