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보살피는 어미 소
(구례=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1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침수된 축사를 피해 지붕 위로 피신한 암소가 구조된 직후 출산한 송아지를 보살피고 있다. 2020.8.11 iny@yna.co.kr
(구례=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순박한 눈망울을 끔벅거리던 6살 된 암소는 탯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던 이 암소는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폭우로 물이 차오른 축사에서 빠져나온 어미 소는 물길에 떠내려가며 버둥거리다 가까스로 지붕 위에 발이 닿았을 터였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더는 떠내려가지 않으려 굳게 서서 매섭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이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손을 거부하며 끝까지 지붕 위를 지키려 해 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야 했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깨어나 그제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소 살려주세요'
(구례=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에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2020.8.9 pch80@yna.co.kr
지치고 힘든 몸으로 출산하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을 어미 소이지만 새끼 걱정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잘 마른 건초가 놓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