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컵라면 용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물청소 작업 중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가 물웅덩이에 잠겨있다. 2020.9.17 goodluck@yna.co.kr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짜장면을 직접 사러 왔길래 배달해준다니까 엄마한테 혼난다고 못 오게 하더라고."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중화요리점에 있던 60대 업주는 며칠 전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로 중태에 빠진 초등학생 형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 "큰아이가 짜장면 배달 못 오게 했다"
이 업주는 "형제가 한 달에 2∼3번쯤 짜장면이나 짬뽕을 사러 왔다"면서 "한번은 형 혼자 씽씽카를 타고 왔길래 어떻게 들고 가나 싶어 배달해준다고 하니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 혼자 위험해 보여서 일단 집 앞까진 같이 가줬는데 엄마한테 혼난다고 못 올라오게 해서 결국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 14일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어린 형제가 갑작스러운 불길에 휩싸였다.
A(10)군과 동생 B(8)군은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이 불로 A군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서울 모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린 형제를 덮친 화마가 지나간 현장에서는 이날 물청소 작업이 한창이었다.
형제가 살던 이층집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물줄기 끝에는 물과 함께 휩쓸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과 즉석밥 용기들이 물웅덩이에 잠겨있었다.
새까맣게 그을린 붉은 건물 외벽은 다급했던 화재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