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처음 발생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걸 막기위해서 260곳이 넘는 수도권 농가에서 15만 마리의 돼지들을 살 처분 했는데요.
당시 정부는 농가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재기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 하겠다.
이렇게 약속을 했습니다.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김세진 기자가 점검해 봤습니다.
◀ 리포트 ▶
1년전 4천마리를 살처분 했던 김포의 한 돼지농가를 찾았습니다.
녹이 슨 채 텅빈 돈사는 최근 잇따른 태풍에 곳곳이 부서진 상태.
수 억원을 들여 만든 새끼양육장은 써보지도 못하고 방치돼 있습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 3명은 월급을 못 줘 떠난 지 오래…
당시 4천마리 살처분 비용으로 20억원을 받았지만, 시설비와 돼지 구입비, 사료비 등 빚을 갚고 나니 끝이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주는 한달 60여만원 생활 안정자금으로 겨우 버텼지만, 그것도 6개월만에 끊겼고 지금은 돈사를 해체해 나온 철근을 고물로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포 살처분 돼지농가]
"당장 카드값 낼 돈도 없기 때문에, 생활비도 없고 하니까 이거라도 팔자 해가지고…"
다음 달부터 방역 조건을 지키면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김씨는 아버지로부터 40년간 이어온 돼지 농장을 폐업하기로 했습니다.
방역시설을 갖추고 어미 돼지를 사는데 또 큰 돈이 드는데다 1년 뒤 돼지를 출하할때까지 운영 자금을 감당할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김포 살처분 돼지농가]
"어거지로 해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없어요. 운영하다가 부도맞을 수 도 있고."
정부는 살처분에 협조하면 재기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농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해주는데, 대부분 농가들이 이미 더 이상 잡힐 담보가 없을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61개 살처분 농가들의 평균 부채는 10억원, 지금까지 경영난으로 폐업을 신청한 농가가 70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