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석 연휴를 앞두고 4000여 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에 앞서 물건을 지역별로 구분하는 '분류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배달만 하면 되는 택배 노동자에게 떠넘겨진 업무인데 회사가 이 업무에 대해서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박병현 기자가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6년 차 택배기사 김도균 씨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정작 배송은 오후 1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김씨가 담당하는 서울 노원구 일대의 택배 물량을 따로 추리는 데만 7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김도균/택배노동자 : (분류작업을) 대략 한 7시간 정도? 적어도 7시간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배송 시간으로 따지면 50대 5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추석 등 명절 연휴 즈음엔 배송하는 물건도 더 크고 무거워집니다.
[김도균/택배노동자 : 명절 때라 과일, 야채류, 제기용품, 이런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박스들이 다 커요.]
일을 마치는 시간은 오후 9시쯤.
김 씨는 새벽 1시까지 일을 한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김 씨가 지난 2주간 배달한 택배만 4000건이 넘습니다.
분류 작업에 시간이 많이 들고 노동강도가 강해서, 오히려 택배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용역을 고용합니다.
택배 일을 하기 위해 본인들의 돈을 쓰는 셈입니다.
[김도균/택배노동자 : 아르바이트를 1명 고용한다고 하면 택배기사들이 내는 비용이 대략 10만원 정도 돼요…회사 측 입장에서는 저희와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에 '너희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부분이다'라고…]
정작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엔 분류 작업에 따른 보상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입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달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회사가 분류작업을 담당하는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책위는 오는 21일부터 분류작업을 중단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회사 측의 대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