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타 버린 주방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2학년 형제는 점심때 배가 고파 라면 봉지를 꺼내 들었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릴 때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하는 날이라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남편 없이 형제를 키우는 엄마는 전날 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라면이 끓는 대신, 불길이 집 안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119에 신고해 거친 기침과 함께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던 형제는 화재 사고 나흘이 지나도록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병실에 누워 있다.
지난 14일 발생한 인천 '라면 형제 중화상' 사건은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구청·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법원·학교 등 관계 기관은 모두 이들 형제가 엄마 A(30)씨로부터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참극을 막지 못했다.
◇ 돌봄 서비스 권고해도 거절…강제성 없는 맹점
이웃들은 A씨의 자녀인 B(10)군과 C(8)군이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2018년 9월, 2019년 9월, 2020년 5월 등 3차례에 걸쳐 신고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왜소한 형제가 저녁때면 주먹밥이나 과자·우유를 사러 분식점과 편의점을 들락거리고 밤마다 자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 것이다.
학교 측도 B군 형제가 취학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닌 경험이 전혀 없어 교우관계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 때마다 A씨와 상담을 하고 청소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급식을 해결해주는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보내는 방안도 권고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