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
일이 있는 날이면 질 오펠리거 씨는 언제나 이곳 기차표 발매기 앞에 섭니다.
일 분량에 맞춰 어떤 기차를 타고 어디까지 갈지 정한다고 하는데요.
오늘 목적지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루체른 역입니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이메일을 체크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질 오펠리거거 씨는 경력 7년차 비서입니다.
[질 오펠리거 / '온라인' 비서 : 지금 고객의 소식지(기업 정보, 기획 등을 알리는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데요. 이따 12시에 전송될 거예요.]
고객이 보낸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기업의 소식지를 쓰거나, 기업 출장 계획을 세우는 등, 하는 일은 서른 종류에 이릅니다.
그런데 특별한 점은, 질 오펠리거 씨가 이 모든 업무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것입니다.
일이 많을 때는 스무 개 업체와 일하지만, 사무실에 직접 가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이 기차 안이 그녀의 사무실입니다.
[질 오펠리거 / '온라인' 비서 : 너무 좋아요. (기차는) 사람도 없고, 조용해요. 일할 수 있는 책상도 있고요. 대부분 경치도 좋아요. 기차에서 일하는 걸 사랑해요.]
일에 집중한 사이, 도심을 벗어난 기차 창밖으로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루체른 역에서 내려 도착한 루체른 호수 선착장.
오늘 남은 일은 이 유람선 안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질 오펠리거 / '온라인' 비서 : 저 뒤에 보이는 산(필라투스산)에도 올라가 본 적 있어요. 눈이 덮여있어서 보기 좋네요.]
2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 사무실에서 비서 일을 했던 질 오펠리거 씨.
당시 같이 일하던 상사는 영국에 있었습니다.
어차피 출근해도 상사를 만나는 일이 없고 온라인으로 일을 하는데, 사무실을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그녀는 지난해 2월, 회사를 그만두고 '온라인' 비서로 독립했습니다.
[질 오펠리거 / '온라인' 비서 : ('디지털노마드'가 되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당신의 안정된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