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양씨 30년 숨어 살다시피
같은 처지 만나본 적 없었는데
퀴어축제 부스 준비하며 연대
“2023년 세계농아인대회 준비”
‘한국농인엘지비티 설립준비위원회’ 활동가 지양(왼쪽)과 보석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서 세계 공용 수어로 `사랑해'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성소수자 관련 한국수어 개발 등 농인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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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우지양씨는 농인이다. 그리고 동성애자다. 그는 30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내 “숨어서 지냈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를 한번도 만나본 적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모르는 사이 잠시 스쳤거나 혹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농인 성소수자’라고 밝히는 이는 없었다. 이후 청인인 김보석씨를 만나게 됐을 때 보석씨는 지양씨가 동성애자라는 걸 한눈에 알아본 반면 지양씨는 그러지 못했던 것도 “워낙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서”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일본 퀴어문화축제에서 지양씨는 자신의 세계가 한순간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현지 농인 성소수자 단체가 부스를 열어 청인 방문객들에게 ‘게이’, ‘레즈비언’을 뜻하는 수어를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해 가을 그는 지역 퀴어문화축제를 찾아가 농인 성소수자를 위한 부스를 열었다. 수어 통역을 요구했지만 주최 쪽은 “지방엔 수어통역사가 없어서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고, 결국 그는 혼자서 통역 인력까지 구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한국의 농인 성소수자에게도 동지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농인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한국농인엘지비티(LGBT)’의 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농인인 지양씨에 이어 코다(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보석씨 등 “농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장벽 없이 살아갈 수 있길” 꿈꾸는 활동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