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산서원에서 열린 추계 향사, 다시 말해 서원에서 지내는 의례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초헌관을 맡았습니다.
서원 향사에서 금녀의 벽이 깨진 건 조선 왕조가 유교를 숭상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 이래로 60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윤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퇴계 이황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상덕사에 제관과 유림이 나란히 섰습니다.
추계 향사, 즉 가을 의례를 위해 모인 겁니다.
제일 먼저 한복을 정갈하게 차례 입은 이배용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으로 나섰습니다.
지난해 7월 국내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초헌관이 된 겁니다.
[이배용 /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 생각했던 것보다 참여가 실행되니까 아주 가슴 벅찬 감회가 일어났습니다. (퇴계 선생의) 정신을 저희가 이어가고, 세계로 전하는 그런 우리들의 사명이 있다는 것을 다짐하면서….]
조선 시대에 유교가 사회 지도 이념으로 역할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여성이 초헌관으로 나선 건 60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김현숙 / 퇴계 후손 며느리 : 정말 세월이 좋아졌다.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잖아요. 정말 여성의 시대고 진짜 세월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성 초헌관은 양성이 똑같이 존중받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서원도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태원 / 도산서원 별유사 : 여성으로서 보다는 서원을 세계 유산에 등재 시킨 공로가 있기 때문에…. 이배용 이사장이 초헌관을 하심으로써 앞으로 금녀의 집에서 벗어나서 모든 분들에게 문호가 개방되고 참여하실 수 있는….]
도산서원은 지난 2002년 상덕사를 처음으로 여성에게 개방하면서 조금씩 벽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은 지키면서 문턱은 낮춘 서원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유교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YTN 이윤재[lyj102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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