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법원이 전범기업인 일본제철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뒤에 일본제철은 우리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2년간이나 외면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됐는지 갑자기 의견서를 냈습니다. JTBC 취재진이 그 의견서를 입수했습니다. 소송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하더니, 세세한 내용까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본제철에 "피해자 한 명당 1억 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했습니다.
일본제철은 외면해왔습니다.
일본 외무성이 우리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우리 법원은 공시송달을 결정했습니다.
절차 진행을 위한 서류를 받지 않을 때, 관보 등에 올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달된 걸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배상 절차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일본제철이 최근 우리 법원의 착오에는 즉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국에 공시송달을 할 경우엔 두 달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우리 법원이 2주로 잘못 명시했다는 겁니다.
JTBC 취재진은 지난달 23일 일본제철이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했습니다.
일본제철은 "민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소송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공시송달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위법한 공시송달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적법한 절차로 송달을 다시 실시해달라"고 했습니다.
일본제철이 소송의 세부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본 외무성의 방해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온 일본제철의 기존 입장과는 충돌됩니다.
일본제철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형식적인 답변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임재성/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 변호사 : (일본제철이) 소송의 내용들은 다 알고 있다는 거죠. 소송이나 집행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