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지나간 자리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17일 오전 물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9.17 goodluck@yna.co.kr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점심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21일 서울 화상 치료 전문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달 14일 인천시 미추홀구 모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형인 A(10)군과 동생 B(8)군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지 한 달여만의 일이다.
A군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사고 당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 집에서 스스로 점심을 해결하려다 변을 당했다.
이번 인천 라면 화재 사건은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방임 학대를 받는 정황을 포착해도 보호자가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없다는 맹점 때문에 A군 형제는 우리 사회 안전망 밖에서 방치되다가 참변을 당했다.
구청·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법원·학교 등 관계 기관은 모두 이들 형제가 엄마 C(30)씨로부터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웃들은 A군 형제가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2018년 9월, 2019년 9월, 2020년 5월 등 3차례에 걸쳐 신고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왜소한 형제가 저녁때면 주먹밥이나 과자·우유를 사러 분식점과 편의점을 들락거리고 밤마다 자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 것이다.
학교 측도 A군 형제가 취학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닌 경험이 전혀 없어 교우관계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인천시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