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고된 일에 시달렸던 택배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나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사망 원인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열흘 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숨진 20대 노동자 장덕준 씨. 쿠팡 측은 택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을 했고, 과로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희 JTBC 취재를 종합해 보면 쿠팡 측 주장과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여도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 소속 20대 노동자 장덕준 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흘 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장씨의 죽음이 택배 분류 등의 과도한 업무 때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쿠팡 측이 나흘 뒤 반박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장씨가 포장재를 보충하는 일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택배를 분류하고 배달하다 과로사로 숨진 다른 택배노동자들과 업무가 달랐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의 말은 다릅니다.
실제 장씨가 맡은 역할은 물류센터 내 모든 일을 보조하는 이른바 '워터'였습니다.
[박모 씨/동료 직원 : 카트도 옮기고. 박스도 옮기고. 중간에서 잡다한 일 다 같이… '여기 느리니까 한번 해줘라' 하는 것도…]
[장모 씨/고 장덕준 씨 아버지 : 포장재, 바구니 나르고 비닐, 박스 날라주고…덕준이 일에 20분의 1도 안 돼요. 쿠팡 직원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덕준이가 무슨 일 했는지…]
유가족에 따르면 장씨는 추석 연휴에도, 숨지기 전날 일요일에도 출근했습니다.
또 쿠팡은 장씨와 같은 단기 노동자는 원하는 노동 업무와 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동료들은 장씨처럼 '워터'의 경우, 업무를 선택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A씨/동료 직원 : 모든 일을 다 하다 보니까…(장씨가) 가슴을 두드리는 걸 많이 목격했거든요. '죽을 것 같다'라고, '너무 힘들다'고 저한테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오늘(22일) 유가족은 쿠팡 측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쿠팡은 면담을 거부했습니다.
[장모 씨/고 장덕준 씨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