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동규 기자 =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한 1987년 당시 삼성은 국내에선 최고 기업이라는 평가가 따랐지만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은 미미했다.
당시 삼성은 일본의 소니 등을 벤치마킹하며 추격자로서 고군분투하는 후발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소니에서 '삼성으로부터 배우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메모리 연구동 둘러보는 이건희 회장
(서울=연합뉴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사진은 2003년 10월1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메모리 연구동 전시관에서 황창규 사장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에 관해 설명을 듣는 이건희 회장. 2020.10.25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고인이 회장 취임식에서 밝힌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라는 비전이 현실이 된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라는 말로 압축되는 1993년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은 그룹의 체질을 철저히 개선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삼성은 이런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혁신과 체질 개선에 성공해 소니, 애플 등 글로벌 경쟁사의 견제를 뚫고 세계 최대,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 과감한 투자로 일군 '반도체 신화'
삼성이 세계무대에서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반도체 사업이 성공하면서부터다.
1969년 1월 설립된 삼성전자는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사업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한 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삼성 계열사 이사였던 고인은 한국반도체가 부도 직전의 위기라는 소식을 듣고 개인재산을 털어 한국반도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