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약 300km 정도 떨어진 카세레스.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지만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유적들이 잘 보존돼 있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스페인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범 김영구 씨,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삽니다.
[호세 마리아 / 친구 : 모든 사람이 그를 알 뿐만 아니라 나는 그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죠.]
[마누엘 / 제자 : 모든 카세레스 사람들은 김영구 사범을 알아요. 김영구 사범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두 그를 좋아해요.]
영구 씨의 태권도장을 거쳐 간 제자들만 해도 카세레스 인구 세 명 중 한 명꼴.
오랜 시간 태권도와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기념해 영구 씨의 이름을 딴 종합 체육관까지 있습니다.
[라사로 / 김영구 씨의 친구 : 그의 이름으로 지어진 종합체육관이 있어요. 그걸 위해서는 지지자 4천 명의 서명이 필요했지만, 단 3일 만에 서명이 끝났어요.]
지난 1979년, 한국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영구 씨는 도복 한 벌과 운동화 한 켤레만 들고 스페인 땅을 밟았습니다.
[김영구 / 태권도 사범 : 바르셀로나팀 선수단 감독으로 초청받아서 들어왔는데 운 좋게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1980년 그다음 해에 전국 스페인 태권도 대회에서 단체우승을 했어요.]
감독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태권도 사범의 기회를 얻어 스페인에 온 지 1년 만에 본인의 태권도장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7남매의 장남이었던 영구 씨는 월급을 받는 족족 모두 사정이 좋지 않았던 한국의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김영구 / 태권도 사범 : 돈을 계속 부치는 것보다는 (가족을) 초청해서 스페인에서 같이 사는 게 좋겠다 해서 동생들을 초청하고 어머니를 초청해서 1982년도에 이 스페인으로 모시게 됐죠.]
가족들을 모두 스페인으로 초청하고 더 큰 태권도장을 구하기 위해 인구가 많은 인근 도시로 떠난 영구 씨.
하지만 맘에 드는 장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김영구 / 태권도 사범 : 일주일 동안 아내랑 저랑 진짜 열심히 찾았지만, 장소를 못 구해서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카세레스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 도시도 괜찮겠다….]
우연처럼 발견한 이 도장에서 40년 가까이 터를 닦고 지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영구 씨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카세레스.
이곳의 제자들에게 역시 영구 씨는 태권도 사범, 그 이상입니다.
영구 씨를 거쳐 간 제자들이 하나같이 그를 이렇게 기억하는 것은 태권도를 가르치며 한결같이 지켜왔던 교육관 때문.
태권도를 단지 하나의 무술이 아니라 철학으로 생각하고 예절과 서로 존중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후안 / 제자, 대학교수 : 모든 사람이 태권도의 철학을 알기를 원하셨어요. 가족에 대한 존중, 동료에 대한 존중, 선생님에 대한 존중도요.]
영구 씨의 뒤를 이어 3개의 태권도장을 각각 운영하는 아들, 조카, 스페인 제자도 그의 철학을 이어가는 것이 제1의 원칙입니다.
[김진용 / 아들 :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철학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한국에서 배운 것과 미국에서 배운 것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통해서 저도 같은 길을 가려고 합니다.]
제자와 가족들에게 태권도장 운영을 맡기고 은퇴한 지도 5년이 흘렀지만, 제자들과의 만남은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카세레스에 처음 왔을 때부터 37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이제는 가족과 다를 바가 없는 제자들입니다.
집 앞에 걸어 놓은 태극기가 누가 봐도 영구 씨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는데요.
미리 준비해둔 음식에 영구 씨 아내가 준비해 온 한국 음식까지 더해져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집니다.
함께 지내 온 시간 동안 태권도뿐 아니라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마누엘 / 제자 : 스승님은 태권도만 가르친 것이 아니고 한국 문화를 가르친 거죠.]
혈혈단신 스페인에 왔지만 지금은 22명의 대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영구 씨.
37년 넘게 알고 지내며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지내게 된 제자들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습니다.
[마누엘 / 제자 : 카세레스에 그가 정착한 것은 우리에게 아주 멋진 일이었어요. 훌륭한 선수가 우리와 37년을 함께 했다는 것 말이에요. 이제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 우리 자녀들의 자녀들까지 3, 4대가 함께 하고 있어요.]
성실함 하나로 버텨온 태권도 외길 인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지역과 함께 하는 데에 힘써 온 영구 씨의 다음 목적지는, 여전히 태권도입니다.
[김진용 / 아들 :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스페인 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제 생각에는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아요.]
[김영구 / 태권도 사범 : 저는 태어날 때부터 태권도 위해서 태어난 거 같아요. 제가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태권도 사범을 하고 싶습니다. 태권도는 천직이고 제가 사랑하는 직업이고 저는 태권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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