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들과 8살 딸을 홀로 키우는 30대 무속인 박지연 씨(가명).
지난 3일 밤, 전혀 모르는 번호로 문자 폭탄을 받았습니다.
'귀신을 본다', '교회와 점집의 대결이다'라는 둥 허무맹랑한 내용이었습니다.
박 씨가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답하자, 이번엔 살해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지연 (가명) / 협박 문자 피해자 :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신고합니다'라고 보냈어요. 그랬더니 거기에서 '오'라고 하면서 그때부터 시작된 거죠. 계속해서 '신고하면 죽인다', '죽이겠다', '사람 죽여 봤느냐' 뭐 그런 내용도 들어가고.]
협박 문자는 9시간 동안 무려 400통 넘게 쏟아졌고 참다못한 박 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황당했던 건 출동한 경찰관의 태도였습니다.
신당에 찾아와서는 이런 메시지가 온 게 신이 화가 나 벌주는 것 아니냐며 조롱하듯 말한 겁니다.
[박지연 (가명) / 협박 문자 피해자 : '신 내림을 받은 지 얼마나 됐냐.' 얘기하는 게 상당히 불쾌했어요. 사건과 무관한 내용이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제가 신령님에게 잘못한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는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전화 걸어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한마디 하곤 돌아갔습니다.
[지구대 경찰관 : 아 저는 경찰관인데요. 문자 그런 식으로 보내면 안 돼요.]
[협박 문자 가해자 : 다음부턴 그렇게 안 보낼게요. 죄송합니다.]
이후에도 협박은 계속됐고, 심지어 10살 아들 휴대전화에까지 죽이겠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해가 미칠까 두려움이 커진 박 씨는 지난 6일 경찰에 신변보호를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 보호대상으로 등록됐습니다.
필요할 때 자녀 등하교를 돕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박 씨가 지구대에 보호를 요청하자 곤란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구대 경찰관 : 저희가 학생을 데리고 등하교를 시켜드릴 순 없어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경찰을 배치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 되면 국민 100명 당 경찰관 100명이 있어야 하잖아요.]
YTN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담당 지구대에서 보호대상 정보를 빨리 전달받지 못해 잘 몰랐다면서 신변보호를 거절한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신당에 출입했던 경찰이 한 발언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다가 보니까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대요. 그런 부분은 저희가 교육을 해서 유사 사례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경찰은 문자를 보낸 20대 남성을 특정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박 씨 모자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범행 이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 이준엽
촬영기자 : 김세호·박진우
그래픽 : 이지희·박지원
자막뉴스 : 육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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