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마포의 원룸에서 20대 남성을 가두고 숨지게 한 범죄 그 전모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2명의 범인은 지난해 11월 숨진 남성이 자신들을 '상해죄'로 고소하자 앙심을 품었습니다. 3월 말 부터 학대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백만 원의 금품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일용직 노동까지 시키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태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3일, 21살 A씨는 숨지고 나서야 비로소 지옥 같던 원룸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CCTV를 확인한 결과 지난 1일 A씨가 가해자 2명의 부축을 받아 원룸으로 들어간 뒤에 숨진 채 발견되기 까지 나온 흔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원룸에 갇힌 A씨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34kg의 저체중 상태였고 폐렴도 발견됐습니다.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이 119에 신고했을 당시 녹취록을 보면, "같이 사는 친구"라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 며칠 전부터 이 친구가 음식 먹고 속이 안좋다고 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A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던 겁니다.
하지만, 병원에는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A씨를 이 원룸에 가둔 건 지난해 11월, 상해죄로 고소한 것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도 A씨는 서울에서 이 가해자들과 있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계산하지 않고 먹다 파출소에 갔고, 그때도 가해자들은 A씨를 데리고 가려 했습니다.
겨울임에도 반팔 차림에 상처가 있는 걸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이 A씨를 대구 가족에게 인계했습니다.
그 뒤에 가족은 바로 가해자들을 상해죄로 고소했고 전치 6주의 진단서도 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가해자들은 대구에서 치료를 받던 A씨를 두 달 뒤인 3월에 다시 서울로 데려옵니다.
이때부터 A씨는 가해자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며 끌려다닌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A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해 고소를 취하하게 했고 수백만 원의 금품을 뜯었으며 일용직 노동까지 시키려 했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세 사람은 동갑내기였고 이 가운데 한 명은 고등학교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A씨는 그렇게 가해자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며 끌려다니다 지난 13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의 장례는 가족이 있는 대구에서 치러졌습니다.
20대 청년은 스스로 친구라 부르는 가해자들이 처벌받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한 채 끔찍한 시간을 보내다 떠났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박태인 기자 , 손지윤, 김재식, 이병구,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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