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낵의 역습은 논픽션?

2021.07.25 방영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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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소년은 자신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수능점수에 맞춰 공대생이 됩니다. 그리고 전공에 맞춰 대기업에 취직합니다. 하지만 이내 회사를 그만두지요. 글쓰기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까요? 글을 쓰는 업인 저널리스트가 됩니다. 바쁜 기자생활 중에도 틈틈이 글 쓰는 습작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몸은 고됐지만 글 쓰는 시간만큼은 행복했나 봅니다. 꼬박 10년의 기자생활을 채운 소년은 회사를 박차고 나옵니다. 그리고 감춰왔던 날개를 조심스럽게 세상에 펼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소년의 이름은 소설가 '장강명'입니다. 다작(多作)으로 유명한 장강명의 소설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어쩌면 불편하지만 다분히 현실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간결하고 섬세한 묘사로 스피디하게 써내려 갑니다. 자신을 '월급사실주의자'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만큼 현실에 충실한 소설가. 장강명은 소설도 쓰지만 강연이나 칼럼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그는 요즘 소셜 미디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주목합니다. "소셜미디어 중독이나 피로감, 고립 공포감, 균형 잡힌 사고를 막는 확증 편향 같은 개인 차원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진단이 나오고 있다. 나는 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말하고 싶다. 나는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근본 원리들을 악용하고 착취하지 않나 의심한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말한다. 나는 그 유력 용의자의 명단에 소셜미디어를 올려놓는다." - 장강명의 칼럼 중에서 우리 삶의 일부, 아니 이미 어떤 사람에게는 전부일지도 모르는 소셜미디어를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는 용의선상에 올려놓는다고? 무슨 의미인지 여러 차례 질문을 던졌지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여유가 없다며. 그리고 한 달 뒤 문제의식이 담긴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저는 우리가 매스미디어의 몰락을 지켜보는 증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매스미디어만 몰락하는 게 아니라, 매스미디어 환경을 전제로 했던 저널리즘 윤리까지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매스미디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대의 민주주의의 몇 가지 작동 방식도 이제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 장강명의 메일 중에서 미디어와 민주주의, 그리고 저널리즘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궁금해 졌습니다. 올해 SBS D포럼(SDF 2021)의 주제인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서 다루려고 하는 정치, 그리고 깨어있는 개인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맥이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더운 7월 초 녹음이 우거진 강원도 원주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현재 원주에 머물며 곧 출간될 소설의 마무리 집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써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첫 범죄소설' 집필.. 새로운 장르 도전 Q. 인적 드문 이곳에서 뭐하시면서 지내세요? 장편 소설을 쓰고 있는데요. 이게 거의 다 썼고, 뒷부분만 조금만 더 쓰면 되는데, 올가을에 출간을 하고 싶어요. 제목은 '재수사'라고 하고요. 20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형사들이 2020년에 다시 수사를 하는 그런 내용이에요. 그런데 이게 그냥 뭐, 범죄소설이기도 하고, 그 20년 사이에 살인사건 관련자들이 겪은 내용과 그들의 삶 같은 것을 묘사하면서 한국 사회가 그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런 것도 좀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Q. 출간 전인데 제목을 이렇게 막 밝혀도 되는지? 아 네, 공개해도 괜찮습니다. 아직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지는 않았으니까 출판사에서 읽어보시고 그 제목보다 다른 제목이 좋겠다고 하면 바꾸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왕왕 그렇게 많이 바뀌고요. 말하자면 가제인 셈이죠. 이번 장편소설은 제 나름의 야심작인데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됐어요. 한편으로는 저 자신이 범죄소설 팬이고 애독자여서 언젠가 웰메이드 범죄소설을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습니다. 평소 범죄소설을 읽을 때 좀 아쉬웠던 것들을 극복해보고 싶었고, 누가 봐도 현실적인 수사물을 쓰려고 했습니다. 물론 범죄소설이라는 장르적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문의 몰락.. 레코드판 신세? Q.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이 남다른 것 같다. 저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지금 전 세계가 최근 20년 혹은 좀 길게 잡아서 30년 사이에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변화를 했고, 그 변화의 핵심 중 하나가 미디어 변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문이라는 게 생겨난 지 한 300년 됐거든요. 그런데 제가 신문 업계 종사자로서 10년 동안 일하고 지금도 애정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거의 몰락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완전히 망할 것 같습니다. 뭐 신문이 사라진다, 이런 건 아닐지 몰라도 지금의 레코드판 신세 정도 된다, 이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신문만 그런 게 아니라 신문을 포함해 지상파 방송까지, 그러니까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끝나는 것 같아요. 한 300년 정도 매스미디어가 사회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치고 우리의 대의민주주의라는 것도 매스미디어를 전제로 한 환경에서 우리가 열심히 가꾸고 키웠는데, 그 기본 바탕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이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디어와 새로운 정치제도, 사회제도, 사회문화, 이런 게 열리는 거 아닌 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매스미디어의 역할과 책임 그 정도로 컸었나요?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이 의회에서 유권자를 대신해 법을 만들거나 고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 형식만 놓고 보면 국민의 뜻은 선거 때에만 정치에 전달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선거가 아닌 때에도 여론이라는 형태로 의회에 국민들의 의사가 수시로 반영이 됩니다. 따라서 건강한 공론을 형성하는 공간이 중요한데, 전통적으로 이는 매스미디어의 큰 임무이자 기능이었습니다. 매스미디어는 대중의 막연한 정서를 구체적인 담론으로 정리해, 정치권에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아젠다를 제시해서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할은 법이나 제도로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메커니즘은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기에 언론을 '제4부'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매스미디어와 그 종사자들에게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 자체가 영향력을 잃고, 새로운 미디어들에 적절한 책임을 부여할 방법을 우리가 찾지 못하는 가운데 공론의 장 역시 무법지대처럼 변하는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기술발전과 개인미디어 Q. 매스미디어 시대의 몰락,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시대적 흐름 아닐까요? 매스미디어의 몰락에 영향을 제일 크게 미친 것은 기술입니다. 여러 사람한테 똑같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내는 매스미디어의 기술은 인쇄라든가, 방송국의 경우 전파를 송신하는 기술이 있었고요. 이제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맞춤형으로 아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그런 기술이 생겼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기술이라는 게 생겨서 매스미디어와는 반대로 개인 미디어라는 게 생기고, 이제 우리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있고, 점점 더 커질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기술이 나와요. 이 기술이 뭐에 쓸모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일단 먼저 나옵니다. 그걸 만들어내는 젊은이들이 있죠. 어? 이게 되네? 하면서 만들고 투자를 받아서 이걸 상업화하고 세상에 내놓습니다. 그 중에 실제로 사업이 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도 있고, 창출 못 하는 것도 있죠. 즉 기술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요.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 상업화 과정을 거치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퍼진 다음에야 관련된 윤리가 나오더라고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 윤리와 규제 그리고 책임 신문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신문이 처음에 나왔을 때는 그 신문 업계 종사자들이 지금의 저널리즘 종사자들처럼 저널리즘 윤리를 갖춘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지금 관점에서 보면 어이없는 기사들, 흑색선전 이런 것들 많았고, 신문이라든가 뒤이어 방송이라든가 사회에 너무 영향을 많이 미치니까 사람들이 연구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질서를 부여했죠. 우리가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되겠다. 운영하는 사람들한테 어떤 책임을 부여해야겠다. 그리고 그걸 어기면 어떤 배상을 하게 한다든가, 법으로 어떤 규정을 만든다든가, 이런 것은 굉장히 나중에 따라왔습니다. 뭐든지 그렇습니다. 자동차가 먼저 나오고 나서 운송업이 생기고, 그 다음에 도로교통법이 생깁니다. 개인 맞춤형 미디어는 나온 지 한 10년 안팎인 것 같고요. 이제 비즈니스 모델도 생긴 것 같아요. 비즈니스 모델이 생긴 게 유튜버들입니다. 돈을 벌죠. 그렇지만 유튜버에 대한 규제, 유튜버가 어떤 책임을 지녀야 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그런 와중에 매스미디어 저널리즘은 무너지고 있고, 우리가 지금 그 혼돈의 상태에 있는 것 같아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줄고 사실 불신도 크죠. 매스미디어 시대의 저널리즘이 제일 잘 발달했을 때조차 자기들이 내세운 윤리를 자기들이 지키지는 못했거든요. 윤리 수준이라는 게 굉장히 높고,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굉장히 이상적인 윤리였기 때문에 지킬 수 없지만 '우리가 지켜야 된다.' 이런 긴장 상태에서 많은 기자들이 일을 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개인 맞춤형 저널리즘이라고 불러야 될 새로운 저널리즘과 여기 종사하시는 분들은 현재 그 정도의 윤리 의식이라든가, 기준이라든가, 그런 게 약한 것 같고 사실 규정도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폐해가 하나 둘 인지되면서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정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손을 대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입맛에 맞는 뉴스만 보는 세상 Q. 소셜 미디어로 인해 발생하는 혼돈이라고 표현했는데.. 최종 소비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내 입맛에 안 맞는 뉴스는 이제 거부합니다. 과거에는 아무리 편향적인 매체라 하더라도 진영 논리에서 좀 벗어난 그런 뉴스들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개인 맞춤형 시대가 되고 우리가 뉴스를 골라 보게 되면서부터 내 마음에 드는 뉴스만 보는 성향이 강해졌어요.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에 따라 우파 유튜버만 구독하는 분들과 좌파 팟캐스트만 구독하는 분들은 어찌 보면 사실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서로 다른 뉴스를 보고, 아예 여기에서 다루는 뉴스가 여기에 안 나오는 경우가 흔하고, 같은 뉴스인데도 해석이 너무 달라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것들이 결국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죠. 예전 같았으면 극단주의자로 분류됐을 그런 그룹들이 지금 경쟁적으로 공론장에 나와서 당당히 제 몫을 주장하고,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런 현상을 많이 목격했고,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좀 상식적인 사람이 봤을 때, 굉장히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극단주의 그룹이 있는데, 이 그룹들이 서로 뭉쳐서 자기들끼리 아, 우리는 상식적이구나, 라고 생각을 하면서 목소리를 냅니다. 목소리를 내면서 어느 순간, 심지어 주도권을 잡기도 해요. 그리고 자기들과 같은 의견인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그런 사람들을 국회로 내보내고 하면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도 사상의 자유? '다양성'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걸까 Q. 달리 보면 여러 층위의 목소리가 발현되는, 다양성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결국은 매스미디어 시대로 되돌리지는 못해요. 이제 앞으로 개인 맞춤형 미디어 시대가 열릴 거예요. 거기에 맞는 윤리를 우리가 만들어내야 됩니다. 그걸 만들어낼 때, 굉장히 중요한 철학적 쟁점 중의 하나가 저는 아마 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정리를 할 것이냐 인 것 같아요. 다양성, 우리가 추구해야 될 가치입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추구를 해야 될까? 백인 우월주의도 사상의 자유로 인정을 하고 백인 우월주의 유튜버가 백인 우월주의 뉴스를 내보내면 아, 그것도 다양한 것 중에 하나에요, 라고 받아들여야 될까? 이 질문에 쉽게 답을 못하겠죠. 그냥 직관적으로 그건 아닌 것 같다, 라고 많이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러면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되지? 좋아, 백인 우월주의는 아니라고 치자. 그러면 여성 혐오, 남성 혐오에 관련된 그런 콘텐츠나 그런 채널은 어느 지점까지가 다양성이고, 어느 지점까지가 우리가 허용할 수 없는 걸까? 이거 굉장히 답하기 힘든 질문이에요. 그런데 이걸 답하지 못하면 우리는 개인 맞춤형 미디어에 대한 어떤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어야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물어야 되는데, 어떻게 물어야 될 건가? 다양성 말고도 어떤 몇 가지 우리가 좀 깊이 좀 고민해야 될 그런 이슈들이 생기고 있고요. 정리를 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사실상 다양성의 탈을 뒤집어쓰고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정리를 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까지는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면 어디까지가 다양성인가? 다양성도 좋은 다양성과 나쁜 다양성이 있나? 아니면 다양성이라는 건 다 같은 건데, 사회의 원심력이 그런 식으로 있고, 구심력에 해당하는 강한 중심 가치를 세우는 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인가? 여러 가지로 지금부터 논의를 해야 될 굉장히 큰 주제라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편화와 극단주의 vs. 숙의 민주주의 Q. 어떻게 보면 진영 논리 같은 거겠죠. 같은 시대에 살지만 전혀 다른 뉴스를 접하고 있고, 자기가 접하는 뉴스만 이 세상의 뉴스인 것처럼 느끼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는 거잖아요.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은 배격하게 되고요. 그런 것들이 당연히 민주주의에 큰 해악이 된다고 봐요. 한 가지 해악뿐 아니라 굉장히 여러 층위에서 여러 가지로 심오한 해악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이 극단주의라는 게, 꼭 정치 지형에서 우파 극단주의와 좌파 극단주의가 있다는 걸 넘어서 극단주의 그룹이 굉장히 여러 개가 생기는 거예요. 이런 극단주의 저런 극단주의, 어떤 분은 인종, 어떤 분은 젠더, 이런 여러 가지 극단주의 그룹들로 사회가 파편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파편화가 될 때, 사회는 어떻게 되냐면, 과거에는 그래도 사람들의 의견이 겹치는 부분이 많을 때, 뭔가 토론의 가능성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대의민주주의라는 게 단순히 다수결을 해서 그냥 머릿수가 많은 사람 뜻대로 하자. 머릿수가 많은 그룹 뜻대로 하자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은 밑에 토론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는 거예요. '숙의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게 옳을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어떤 주제가 있으면 모여서 심사숙고를 한 다음에 투표를 통해 결정을 하는 거죠. 심사숙고하라는 곳이 이제 국회, 의회인 거고요. 그런데 지금 이제 국회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외부의 소셜 미디어 같은 곳에서 직접적으로 국회에 압력을 주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죠. 이렇게 파편화된 그룹들이 굉장히 많을 때, 그 그룹들이 서로 모여서 토론을 할 수 있을까? 그게 굉장히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토론이 어려워지는 것을 우리가 나날이 목격을 하고 있고요. 어떤 토론 프로그램이든, 또는 의회에서의 토론이든 지금 말은 토론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은 토론이 아니라 그냥 말꼬리 잡기, 혹은 앞에 있는 상대와 토론하는 게 아니라 나의 지지자한테 보여주기 위한 어떤 쇼잉 오프, 이런 것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짧고 강력한 메시지 '조롱' Q. '파편화와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 상당히 와 닿는 얘기인 것 같아요. 미디어도 그렇고, 플랫폼도 그렇고, 디바이스도 그렇고. 질 낮은 메시지일수록 널리 퍼지는 구조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관찰한 결과 멀리까지 잘 퍼지고 빨리 퍼지는 메시지 중에 하나가 조롱입니다. 조롱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길지 않아요, 원래 짧을수록 파괴력이 있죠. 그래서 짧고 강력한 조롱이 많이 퍼집니다. 이게 궁금하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트위터 접속해서 리트윗 수가 많은 트윗이 어떤 건지 확인하시면 될 거예요. 대부분 다 누군가를 조롱하는 글들입니다. 그리고 굉장히 통쾌하게 조롱하는 글들, 이런 거 다들 통쾌하다, 이러면서 사이다, 이러면서 많이 퍼뜨리죠. 그런 것만 보는 사람들은 결국 조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는 거예요. 비유하면, 화장실 낙서가 가득한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별로 정신 건강에 좋지는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정신 건강에 좋지도 않을뿐더러, 그분은 세상 자체를 오해하면서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실제로 그 조롱받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조롱받을 만한 대상이고, 조롱받을 만한 사업이고, 조롱받을 만한 정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걸 짧고 멀리 빨리 퍼지게 하기 위해서 짧게 만드는 과정에서 왜곡을 많이 했고, 어떤 커다란 부분의 꼬투리 하나를 잡아서 조롱을 하는 거기 때문에 실제로 파악해보면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는 게 실제 세상일 거에요. 그런데 조롱의 대상들만 보면서 그게 실제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이 공론장에서 자기 표를 행사하면 굉장히 위험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사회적으로도 안 좋고, 개인적으로도 안 좋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한테는 굉장히 유해한 환경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광고의 경우 어떤 광고는 청소년이 못 보게 막잖아요. 그리고 성형외과 광고 같은 것을 어떤 매체에서는 하지 못하게 하잖아요. 담배 광고, 술 광고는 어느 매체에서도 몇 시 이후에만 하게 하고요. 그런데 이런 소셜 미디어 메시지들이 광고보다 훨씬 해악을 끼칠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규제를 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일 테고, 규제를 안 하자니 부작용이 있고, 이런 질문도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거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과 논쟁' 대신 버튼 하나로 인간관계 차단 Q. 소셜미디어가 지니는 또 다른 폐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2000년 전후로 우리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태어나는 젊은 세대를 가리켜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하죠. 저는 디지털 이민자일 테고요. 2000년 이전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의 사회는 지금 외국과 같아요. 그 외국에서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었던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오기 전 우리의 인간관계는 오프라인 기반이었어요. 오프라인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죠. 비슷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있는 사람들하고 인간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렇게 넓지 않았어요. 한 직장에 다닌다. 한 마을에 산다. 한 아파트 옆집이다. 이런 거 내가 어떻게 막을 수도 없고, 그 사람이랑 결국 부대끼면서 살아야 됩니다. 많은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화를 할 때 상대를 고를 수 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고르고 그래서 인간관계라는 게 굉장히 유동적이게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싫어하는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법을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잘 겪지 못했고, 그런 게 어떤 종류의 훈련일 텐데 그런 훈련을 받지 못한 거 아닐까? 그런 훈련의 기회가 덜한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게 인간이 성인으로 자라는 데에 필요한 어떤 과정의 일부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싫어하는 사람들과 논쟁하고 토론하는 대신 그냥 차단해 버린다는 겁니다. 소셜미디어 속에선 버튼 하나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그렇게들 하고 있고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짧고 자극적인 스낵정보의 역습 Q. 짧고 자극적인 정보들을 스낵(SNACK)에 빗대어 표현하던데.. 빠르고 멀리 가는 것을 추구하다 보니 메시지가 점점 짧아지고 자극적이 되는데 지금 미디어 환경은 이 짧고 자극적인 메시지가 굉장히 맥락 없이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짧고 자극적인 메시지는 '스낵 정보'라고 불리죠. 왜 스낵 정보냐면 우리가 아이들한테 그러죠. 자극적인 과자, 스낵 먹지 말고 영양가 있고 몸에 좋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은 과자 좋아해요. 저도 어릴 때 그랬고, 지금도 과자 먹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습니다. 한번 뚜껑을 열면 멈출 수 없고 결국 한 통을 다 먹은 다음에 '아, 이거 내가 왜 먹었지' 후회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우연히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과자 회사들이 최대한 많이 먹게 하려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감자라는 게 그냥 먹으면 영양가 있는 좋은 음식이고 쪄서 먹으면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어지간해서는 아무 양념 없이 감자 한 알 다 먹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얇게 썰어서 튀긴 다음에 표면에 소금과 자극적인 양념을 뿌리면 굉장히 중독되듯 먹게 돼요. 입안에서 부서지면서 바사삭 재미있는 소리도 나고 촉감도 재미있고, 표면에 붙어있던 양념이 혀의 미뢰를 자극하면서 확 자극을 주죠. 굉장히 강한 자극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영양가 없는 그냥 탄수화물과 소금과 양념 덩어리인 거죠. 짧고 자극적인 메시지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면 사실은 제목만 봐도 쓸모없는 기사, 쓸모없는 메시지인 것을 압니다. 미모의 재벌, 여회장님, 백주대낮에 점점점, 이렇게 되어있는 제목을 보면 잠깐 생각만 해도 클릭해봤자 별 내용이 없는 메시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알면서도 숙고할 시간 없이 순간 반응합니다. 그냥 눌러버립니다. 다시는 안 보겠다고 생각해보지만 저항하기 힘들어요. 감자칩 한 통 먹을 때랑 똑같아요. 인간의 어떤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그런 음식이고, 그런 메시지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참 힘듭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낵정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Q. 그럼 스낵정보 섭취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감자칩을 안 먹는 제일 좋은 방법은요, 처음부터 뚜껑을 안 따는 거예요. 하나 먹으면 중단하기 굉장히 힘들어요. 이런 짧고 자극적인 스낵 정보 안 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안 보는 겁니다. 그런 짧고 자극적이고, 맥락이 없는 스낵 정보들의 반대편에 길고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영양가 있고, 지혜와 지식이 담겨 있고, 맥락이 있는 그런 정보들이 있죠. 음... 뭘까요, 길고 맥락이 있는 매체, 저는 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가끔 저한테 물어보시는 분들 계세요. 어떻게 인터넷에서 좋은 정보를 얻겠는가? 어떤 뉴스 매체를 봐야 될까요? 어떻게 우리가 그걸 분간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는데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거 분간 못 해요. 분간하기 매우 어렵고, 분간할 기준이라는 게 있을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인터넷을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인터넷 안 하고 기왕이면 책을 보자. 이게 제 생각이고요. 당장 안 하기 쉽지 않죠. 안 하기 쉽지 않으면 습관이라도 좀 들이자. 밤 10시가 넘으면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는다 라든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건드리지 않는다 라든가. 아니면 부족하나마 스마트폰 환경을 조금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데요. 제가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지웠어요, 그러니까 사용 못 하게 만들어 놨어요. 뭐, 볼 수는 있는데 굉장히 보기 귀찮게 만들어 놨고, 초기 화면에서 웹 브라우저도 없앴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설정에 들어가 보면, 흑백 화면으로 설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도 좀 도움이 돼요. 어떤 링크 같은 것들이 좀 덜 자극적으로 보이거든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간을 '언론매체 혁명의 시대'로 정의합니다. 위로는 정치의 영역에서부터, 아래로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까지 이 개인 맞춤형 미디어라는 건 굉장히 파괴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좋은 영향력 있습니다. 그거 부정하지 않습니다. 좋은 영향력 있고, 나쁜 영향력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다 너무 크고 위협적입니다. 이제는 좀 통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통제를 할 것이냐. 수단도 잘 모르겠고, 어떤 방향으로 통제를 해야 될 것이냐, 그런 철학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 지금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 장강명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미래의 후손들은 우리를 이렇게 진단할 지도 모릅니다. '전화와 자동차의 발명, 라디오와 TV의 발명보다 더 혁신적인 변화와 혼돈의 소용돌이를 몸소 겪은 인류'로 말입니다. 장강명 작가는 자신의 이런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논픽션 형식의 단행본으로 써보면 어떨까 구체적인 그림도 그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어쩌면 내년 장강명 작가의 새로운 책을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보도본부 미래팀의 취재파일은 SBS의 대표 '사회공헌 지식나눔 플랫폼'인 을 중심으로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연중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도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전하는 뉴스레터 형식의 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 지혜를 모으는 담론의 장이 펼쳐집니다! SBS 미래팀의 취재파일 내용을 한 발 앞서 접하고 싶으신 분은 를 '구독'해주세요! ▷ SDF 다이어리 구독하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팀 ▶ 도쿄올림픽, 뜨거운 현장 속으로!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SBS 2021072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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