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위 일터 ‘50도 불가마’…“핑~ 아찔한 순간 여러 번”

2021.07.29 방영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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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온도① 전송망 관리노동자 뙤약볕서 2~3시간 통신망 작업 끝날때까지 탑승기서 못 내려와 “옥상서 쪼그려 일하다 쓰러질 뻔” 회사서 주는 폭염 물품은 생수뿐 낮 최고기온이 35℃를 넘나들면, 밖에서 일하는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노동의 온도’는 그 이상으로 치솟는다.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전봇대 위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콘크리트 옆에서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함께 시작한 올 여름은 마스크 탓에 체감온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의 통계(27일 기준)를 보면, 온열질환 발생장소의 47.5%가 실·내외 작업장이다. 폭염경보·주의보 때 지켜야 할 정부 가이드라인은 개별 일터의 특수한 사정을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폭염 속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한겨레>가 그 현장을 세밀히 들여다 봤다. 전송망 관리 노동자 홍아무개씨가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의 한 거리에서 통신선로용 고소작업차량에 올라 작업하는 동안 온도계를 확인하고 있다. 탑승기 안 온도가 50도 이상 치솟고 있다. 부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뙤약볕은 사람들의 시선을 땅으로만 향하게 한다. 지난 27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양산을 쓰거나 선캡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리는 데 애를 썼다. 누구도 시선을 두지 않는 높은 전봇대 위, 인터넷 전송망 관리노동자 홍아무개(49)씨가 있다. <한겨레>는 그와 함께 통신선로용 고소작업차량(큰 바구니 형태인 탑승기를 타고 노동자가 위로 올라가 작업하는 차량)에 올라 지상에서 4.5m 위 일터의 온도를 측정했다. 남들보다 태양에 조금 더 가까이서 일하는 홍씨의 일터 온도는 기상청 발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오후 2시35분, 포털 사이트는 현재 온도를 37도로 안내하고 있었지만, 홍씨가 있는 탑승기 안 온도계는 54도까지 치솟았다. 두 명이 겨우 서 있을만한 탑승기 안에는 쇠로 된 각종 공구와 부품 등이 가득했다. 공구와 부품은 불덩이에서 갓 끄집어낸 것처럼 열을 뿜었다. 햇볕을 가장 먼저 받는 안전모 안은 땀으로 절절 끓는 듯했다. 일회용 마스크가 얼굴에 들러붙는 탓에 숨을 쉬기 어려웠다. 올라가자마자 옷이 땀으로 푹 젖었다. 그럼에도 홍씨는 마스크 위와 목을 천으로 한 번 더 둘렀다. “지난해, 초등학생인 막내 학교에 갔더니 ‘아빠 얼굴이 제일 까매’라고 해서….” 손바닥 만한 작은 그늘도 생기지 않는 허공 위에서 일하지만, 그에게 뙤약볕을 막기 위한 보호막은 허용되지 않는다. 작업 중인 홍씨 머리 바로 옆으로 수십개의 선이 빗발치듯 매달려 있는 탓이다. 선캡이라도 썼다가는 선을 건드려 위험할 수 있다. 광케이블 접속함체를 열고 광케이블을 살피던 홍씨가 눈을 찌푸렸다. 메신저로 전송된 자료와 선을 번갈아 가며 살펴야 하지만 햇볕 탓에 휴대전화 밝기를 최대로 올려도 화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글라스를 쓸 수는 없어요. 케이블마다 색깔이 있는데, 선글라스를 쓰면 색상 구분이 잘 안 되거든요.” 청, 동, 녹, 적, 황, 자, 갈, 흑, 백, 회, 연청, 연동…. 홍씨가 작업을 할 때마다 손을 꼽아가며 읊조리는 ‘주문’이 광케이블마다 정해진 색깔 순서다. 가장 가는 선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다. “이 선 하나를 잘못 만지면 고객 몇백 명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요.” 한번 탑승기를 타면 일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내려올 수 없다. 중계 센터나 다른 곳에 선을 점검하는 작업자 등과 조율하며 작업해야 하는 특성 탓이다. 홍씨는 내내 무선 이어폰으로 이곳저곳과 통화를 했다. 길면 2~3시간씩 내려오지 못할 때도 있다. 홍씨는 “이건 협업이에요. 장소마다 조정할 수 있는 신호가 따로 있어요. 제가 쉬고 싶다고 내려오면 다른 곳에 있는 노동자들도 업무를 끝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올해 유난히 잦은 호우성 소나기 때도 홍씨는 탑승기 위에서 꼼짝없이 그대로 비를 맞았다. 전송망 관리 노동자 홍아무개씨가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의 한 거리에서 통신선로용 고소작업차량에 올라 전봇대 위 전송망을 점검하고 있다.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속에는 복사열로 인해 45도 이상 달궈진 지면의 온도 등 폭염 속 뜨거운 작업 환경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부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년차 베테랑이지만 그는 이번 여름에만 아찔했던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전봇대 외에 옥상, 지하 등에도 증폭기가 설치돼 있어요. 며칠 전에는 옥상에서 몇십분 동안 쪼그려 작업하고 일어나니 하늘이 핑 돌더라고요.” 방수 페인트가 칠해져 뜨겁게 달궈진 옥상 바닥에 그냥 앉으면 엉덩이에 화상을 입는다. 쪼그려 앉아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 “저도 많이 생각해봤죠. 낚시 의자도 사용해봤고요. 하지만 각종 공구에 그것까지 챙기려니 번거로워서 할 수가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폭염 대비로 지원하는 물품은 생수가 전부다. 폭염으로 쓰러질 것 같은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회사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동료들도 분명히 힘들겠지만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운 거죠.” 2인1조 두개조 4명이 1만여개의 장비를 살피기 때문에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 한다. 길어야 15분,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그에게 가끔 허락되는 휴식이다. 홍씨가 차에 한참을 둔 생수를 들이켜자 뜨거운 물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더위는 정말 피할 방법이 없어요.” 홍씨는 ‘폭염 노하우 같은 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일 외부에서 일하니까 기온 변화를 누구보다 잘 느끼죠. 확실히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더워요. 어디선가 그런 글을 봤어요. ‘올해가 생애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요. 그만큼 갈수록 더워진다는 건데, 기후 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죠.” 사람들은 인터넷이 잠시라도 끊기면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홍씨 같은 노동자들이 폭염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인터넷이 되고 이런 건 너무 당연한 거니까요. 그 뒤에는 노동자가 있는 건데.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눈주름에 맺힌 땀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 궁금하시다면? ‘클릭’‘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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