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린 뒤 정부는 호텔 객실을 3분의 2까지만 채우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문에 호텔에 장기투숙을 했던 청년들이 쫓겨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월 아들을 서울로 대학 보낸 학부모 박모 씨,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요를 채우기 위해 장기투숙객을 받는 호텔에 아들의 거처를 잡았습니다.
보증금이 없는데다 웬만한 오피스텔이나 신축 원룸보다 월세도 쌌기 때문입니다.
[박모 씨/학부모 :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고, 지하철역하고도 굉장히 가깝고 안전하고…]
그런데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올라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방을 빼야 한다는 통보가 온 것입니다.
[박모 씨/학부모 : 지침이 내려오기를 숙박인원 70% 제한해야 되니 70% 해당이 안 되는 사람들은 나가야 되잖아요.]
정부 방역지침에 따르면, 호텔엔 전체 객실 3분의 2를 빼고는 방을 비워야 합니다.
여행과 휴가를 자제하게 하려는 취지인데, 장기투숙객들에게 불똥이 튄 것입니다.
[박모 씨/학부모 : (방을 빼게 돼서) 아이가 굉장히 많이 불안해했는데, 그러다 보니 서둘러서 올라가서 집을 구하게 됐고 저희 수준엔 조금 과한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발표된 지난달 7일 이후, 이 호텔에서 방을 빼서 나간 장기투숙객만 30명이 넘습니다.
[호텔 관계자 : 저희도 장사를 하고 싶고 누가 손님을 내쫓고 싶겠어요. (손님이 많이 차 있을 때랑 70% 차 있을 때랑 방역효과가 좀 달라지나요?) 방역에 도움이 되는 거는 제가 생각하기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손해고 (장기투숙) 손님도 손해인…]
장기투숙객을 받은 다른 호텔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만이 커지자 서울시에선 뒤늦게 4단계 격상 이전에 머물던 장기투숙객들은 예외로 한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격상 발표가 난 지 나흘이 지난 뒤라 이미 나가버렸거나 나가기로 결정한 이들에겐 소용이 없었습니다.
[박모 씨/학부모 : 하루 이틀 가서 노는 호텔이 아니잖아요. 지인들 불러서 파티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는 곳이었거든요. 코로나 4단계가 내가 집에서 나가야 되는 것과 연관이 있느냐…]
정부의 탁상행정과 지자체의 늑장 지침이 투숙객들을 두 번 울린 셈입니다.
(영상디자인 : 배윤주)
서효정 기자 , 박세준, 주수영,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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