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끝까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한 장기미제사건을 경찰이 추적해 최근 범인과 공범을 찾아냈습니다. 24년 전, 갑자기 사라졌던 20대 여성이 당시 남자친구로부터 살해된 사실을 얼마 전 밝혀낸 것인데요.
이 내용 김상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전북 김제의 작은 마을입니다.
이 일대에서 경찰이 한 사람의 시신을 찾고 있습니다.
1997년 초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긴 여성 A 씨로, 실종 당시 28살이었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굴착기 여러 대를 동원해 마을 도로변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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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구역 인근 주민 : 저 간판 파란 거, 거기야 거기. 그 도로야. (큰 도로 바로 옆인 거예요?) 인도야, 인도야. 가 봐요. 여기서 저기까지 팠어.]
24년간 미궁에 빠져 있던 이 실종 사건의 실체가 최근 드러났습니다.
A 씨가 살해된 사실을 경찰이 밝혀낸 겁니다.
범인은 당시 23살이었던 A 씨의 남자친구 이 모 씨였습니다.
이 씨의 후배 2명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강력팀 형사 한 명이 입수한 짤막한 첩보가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당시 공범 중 한 명이 사건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이 씨에게 돈을 뜯으려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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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기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지만, 경찰은 후배 2명의 자백을 받아내면서 본격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공범들에게 대략적인 암매장 장소를 받아내 시신 발굴에 들어갔고 살해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주범 이 씨에 대한 직접 조사에도 나섰습니다.
법원도 이례적으로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주면서 호응했습니다.
마침내 지난달 5일, 대전에서 이 씨를 붙잡아 범행을 자백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씨는 당시 자신이 다른 여성과 동거 중인 사실을 A 씨가 알아채고 추궁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씨는 1997년 2월 서울 중구에서 전북에 있는 어머니 집에 가자며 A 씨를 후배 2명과 함께 렌트카에 태웁니다.
익산나들목 부근에 차를 세운 이 씨는 후배들에게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한 뒤 차 안에서 A 씨를 폭행하고 살해했습니다.
그리곤 후배들과 함께 평소 근처를 지나며 봐 뒀던 김제의 도로공사 현장으로 가 웅덩이에 시신을 암매장했습니다.
이 씨가 매장 장소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주변이 많이 바뀐 탓에 아직 유골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근처 주민 : 여기가 학교만 있었지 이 뒤에는 다 산이었어요, 산. 이 도로가 없었어요. 지형도 변하고….]
A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유족은 수사팀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개탄스러워했습니다.
시신을 찾는 대로 차마 치르지 못한 장례도 조용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나 범인을 재판에 넘겨 단죄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은 기소와 구별되는 '수사'의 독립적인 가치를 잘 보여준 사례로 평가됩니다.
경찰은 다음 주부터 A 씨의 시신을 찾는 작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진)
김상민 기자(ms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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