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가 오는 고속도로에서 다친 사람을 살피던 60대 의사가 뒤따르던 다른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운전하고 가다가 한쪽에 사고가 난 걸 보고, 바로 내려서 달려갔던 건데 오랫동안 의사를 알았던 다른 사람들은 진짜 의사였다고 기억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1차로를 달리던 검은색 SUV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고속도로 옆 언덕위로 튕겨나갑니다.
[어 뭐야. 경찰에 신고해.]
추석 성묘를 다녀오다 이 장면을 본 61살 이영곤 씨는 갓길에 자신의 차를 세운 뒤 폭우를 뚫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부상자가 생겼다고 판단해, 의사로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겁니다.
[교통사고 당사자 : 저 상태를 확인하셨어요. 몸 괜찮냐고 살았으면 됐다고 움직이면 됐다고 안심시켜 주시더라고요. 신고 다 해 놨으니까 그냥 있으면 된다고…]
SUV에 타고 있던 2명 모두 큰 부상이 아님을 확인한 이 씨는 5분 뒤쯤 자신의 차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같은 장소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승용차가 이 씨를 덮쳤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씨는 끝내 숨졌습니다.
[송숙희/고 이영곤 씨 병원 직원 : 자기 몸은 두 번째, 무조건 환자를 먼저 최우선으로 하시고 무조건 최선을 다해라, 환자를 나의 가족처럼 돌봐라…]
그는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도왔습니다.
치료비가 없는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냈습니다.
교도소 의료봉사는 20년간 해왔습니다.
[김법환/고 이영곤 씨 친구 : 환자를 대하는 게 진짜 의사입니다. 진짜 아버님, 어머님 대하듯이 하고요. 요즘 보기 드문 의사입니다.]
이씨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고 소식을 모른 채 평소처럼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눈물을 감추지 못합니다.
[아이고 어떡할꼬. (우리 원장님 어떡해요.) 그 좋은 양반이…]
대한의사협회와 경상남도의사회는 이 씨의 의사자 신청을 검토중입니다.
(화면제공 : 경남경찰청·경남소방본부·한국도로공사)
배승주 기자 , 김영철,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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