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2021.10.23 방영 조회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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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무리한 요구…삼성전자 ‘핵심 정보’ 인텔에 넘어가나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민감한 영업기밀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명백히 ‘경제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좀 이성적인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이 되었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이든판 일방주의적 행태’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미국이 왜 동맹국들에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요? 오늘 <논썰>에서는 그 속셈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경제 주권’ 선 넘은 바이든 행정부의 일방주의 백악관은 9월23일 반도체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회사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올해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소집한 대책회의 이후 세번째입니다. 삼성전자도 세번이나 호출당했습니다. 9월23일 회의가 끝나고 미국이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와 판매 현황을 파악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그 명분이었습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미국이 기업들에 요구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상무부가 요구 사항을 관보에 게재했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단순히 반도체 수급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각 반도체 회사의 3대 주요 고객사와 고객사별 매출 비중, 주요 반도체칩 기술 단계 같은 매우 민감한 기밀 사항도 제출하라고 돼 있었습니다. 최다 판매 제품의 생산 소요 기간, 생산시설 확충 계획도 목록에 들어있습니다. 요구 사항이 무려 20여개 항목에 달합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과 고객 정보를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제출 마감시한은 11월8일입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고객 정보입니다. 고객 정보는 고객사와 비밀유지 계약이 체결되어 있습니다. 애플 같은 회사는 어느 반도체 회사에 생산을 맡겼느냐에 따라 휴대폰의 성능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 출시 전에 이게 경쟁사에 노출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국내 기업이 보고서에 애플이라고 적지 않고 ‘미주향 기업’이라고만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주에 있는 기업으로 간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정보 노출을 막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고객 정보를 내놓으라니 황당하기만 합니다. 미국은 말로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제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비협조 기업들엔 강제로 수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협박까지 합니다. 1950년대 만들어진 ‘국방물자 생산법’을 동원하겠다는 겁니다. 이 법은 미국 대통령 직권으로 정부가 특정 물품의 생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패권국이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 기업들한테까지 이래도 되는 겁니까?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진짜 속셈’은 ‘중국의 자력갱생’ 견제 미국이 왜 이런 부당하고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큰 배경은 미-중간 패권 경쟁입니다. 두 나라는 몇년 전부터 사활을 건 패권 경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핵심입니다.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슈퍼컴퓨터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들을 말합니다. 이 기술들은 민군 겸용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민간과 군에서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장악한 국가가 결국은 경제패권, 나아가 군사패권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두 나라가 사활을 걸 만합니다. 그런데 첨단기술 경쟁에서 가장 큰 관건은 반도체 기술력입니다. 반도체는 전자기기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산·논리 등 정보처리 기능을 합니다. 기술의 두뇌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기술의 DN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도체의 쓰임새는 휴대전화, 노트북, 냉장고, 자동차 등 필수 소비재뿐만이 아닙니다. 에너지·금융·우주항공·첨단무기 등에도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 인프라와 국가안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 전략적 관문)로 일컬어집니다.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에 새겨지는 회로의 선폭이 미세할수록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누가 더 고성능 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F-35 스텔스 전투기 같은 첨단 무기 성능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2015년부터 반도체 자력갱생에 나섰습니다. 그해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에 미국을 제치고 산업 최강국으로 우뚝 선다는 대전략입니다. 반도체·로봇·전기차·항공우주 등 10대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 달성 목표치까지 제시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2015년 자급률 13% 수준이었습니다. 이걸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미국은 이 계획을 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어느 국가도 반도체를 자국의 힘만으로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분업구조가 가장 복잡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톱 크기만한 작은 반도체 칩 하나 만드는 데 국경을 수십차례 넘어야 할 정도입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반도체 분업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설계, 제조, 후공정 단계를 거칩니다. 후공정은 조립·테스트·패키징을 말합니다. 현재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한국, 후공정은 대만·중국이 주도합니다. 전세계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70% 이상을 동아시아에서 생산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대만이 20%로 가장 앞서고, 한국 19%, 일본 17%, 중국 16% 순입니다. 미국도 설계는 자국에서 하지만, 생산은 동아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곳이 한국과 대만입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사인 미국 인텔도 설계는 미국에서 하지만, 생산은 대부분 대만에 맡깁니다. 대만에는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가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설계회사에서 도면을 받아 반도체 칩을 위탁생산만 하는 곳을 말합니다. 대만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63%에 달합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생산의 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논리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뉩니다. 어느 하나도 없으면 완성품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에 관한 한 그 어느 나라에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만과 한국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세계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반도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대만입니다. 중국은 건국 때부터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영토라는 주장입니다. 중국이 만에 하나 대만 흡수통일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만에서 반도체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미국의 산업 생산은 마비 상태에 빠질 겁니다. 9·11 사태는 물론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노리는 미국 미국은 이런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의 반도체 분업구조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6월 반도체 공급망 재편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점차 배제하고, 미국 내에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미국 내 제조기반 확충, 동맹국과 협력 강화, 대중국 제재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 내 일관생산체제 구축 목표에 주목합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어느 나라도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제조, 후공정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걸 하겠다는 겁니다. 미국 내에 반도체 제조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선을 확보하고, 일자리까지 늘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또한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미국 반도체 회사들에 엄청난 규모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도 반도체 회사들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다. 인텔도 적극적입니다. 인텔 CEO 팻 겔싱어는 최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에서 석유가 나올지는 신이 결정했다면 우리는 반도체 제조 공장을 어디에 둘지 결정할 수 있다.” 인텔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반도체 제조공장 착공식을 했습니다. 2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게 완성되면 상당 물량을 대만 TSMC에 생산 위탁을 주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다시 미국이 삼성전자에 영업기밀을 요구한 속셈이 뭐냐는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정보들을 제공하면 미국이 반도체 수급 차질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미국이 요구한 정보에는 각 반도체 회사의 기술력, 고객 정보, 생산 확충 계획 등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미국 내 반도체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기밀정보가 백악관이나 상무부를 거쳐 인텔 같은 곳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백악관이 앞장서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 확충을 유도하고 있고, 인텔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말입니다. 설령 인텔에 정보가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전략을 세우는 데 엄청난 정보 가치가 있을 겁니다. 우리 정부는 왜 ‘저자세’로 나가나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첫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열었습니다. 국가 간 경제·기술·안보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안보부처 장관급들로 구성된 회의체입니다. 그런데 회의 결과가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미국에 우려 사항을 전달했으며, 앞으로도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는 아주 원론적인 내용입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해 원칙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 주권’을 침해하겠다는데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대응해도 되는 겁니까. 이 사안은 20일 국회 산자위 국감장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 입장을 충분히 미국 측에 전달했고, 미국 측과 상황 인식에 공감대는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을까요? [논썰] 삼성에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백악관의 ‘진짜 속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대만 정부가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명한 것과 대비됩니다. 대만의 쿵밍신 국가발전위원회 장관은 TSMC는 고객의 기밀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TSMC의 주요 주주이며, 쿵밍신 장관은 이 회사 이사회 멤버입니다. 미국 언론에서도 비판적인 칼럼이 실렸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리스트 팀 쿨판은 “미국 정부의 요구는 비생산적이며, 한국과 대만, 중국을 화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산업부가 대만 정부의 공동 대응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기업 기밀정보는 한번 새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합니다. 국가적으로도 반도체는 국가안보와 직결됩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아무리 중요한 동맹이라고 해도, 기업과 국가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우리가 반도체에 관한 한 미국에 이렇게 저자세로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적 강자입니다.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로 군림하는 한 어느 나라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만큼 반도체 기밀정보는 어떻게든 보호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이번 요구는 양국 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안입니다. 이런 부당한 요구는 미국이 추진 중인 기술동맹 구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미국 정부는 부당한 요구를 철회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할지 <논썰>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기획·출연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도움 채반석 기자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TV 2021102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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