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5일) 밀착카메라는 이웃들에게 모닥불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불멍이라고들 하죠. 모닥불이 타오르는 걸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치유되는 느낌 그런 마음으로 보실 수 있겠습니다.
이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가게 바깥엔 밥집이라고 써 있는데, 안으로 들어와보니 옷가지가 쌓여 있습니다.
아직 뜯지 못한 택배상자 안에도 모두 옷이 들어있다고 하는데요.
무슨 일인 건지 이곳의 하루를 지켜보겠습니다.
이 택배들은 군산,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왔습니다.
[한용걸/신부 : 이분은 또 어디에서 왔나. 경남 김해네요. 한 100상자 되는 것 같아요. 이틀 동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안 입는 옷을 나눠달라'는 SNS 글을 보고 보내온 건데, 직접 옷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혜진/인천 작전동 : 유행 따라서 안 입는 건데, 어려우신 분들은 이게 필요하시잖아요.]
밥집 앞에 옷이 한아름 쌓이고, 곧 찾아온 노인들로 북적입니다.
[따뜻하긴 하네. 괜찮아요? (네, 잘 어울리세요.)]
[이게 맞겠다. (어때요 앞에?) 딱 좋아. (내일부터 그거 신고 오세요. 추우니까 슬리퍼 신고 오지 말고.)]
36년째 혼자 산다는 할아버지는 서울 화곡동에서 1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습니다.
[전부 다 줘서 얻어서 입고. 신발은 9천원 주고 산 건데 다 닳아서 딱 맞는 거 있으면 좋은데…]
안쪽에선 주먹밥과 어묵국을 나눠줍니다.
[(어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조금만 주세요. 너무 많이 주면 모자라잖아. 뜨끈뜨끈하네.]
벌써 14달 째입니다.
[한용걸/신부 : 코로나가 시작되고 밥을 드실 곳이 없다고 그래서 시작했어요. 코로나가 사라질 때 우리도 이것을 마치겠단 생각이에요.]
찾아오는 노인 대부분 혼자 살거나 취약 계층입니다.
[다른 데도 주는 데가 있는데 많진 않고 라면 7개, 저녁엔 그냥 쌀. 그거 먹고 살아.]
[혼자 사니까 이렇게 받아 먹으러 다니지. 여기서 세 그릇 줬잖아. 저녁까지 먹지.]
이날 남은 옷은 인근 지하철역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딱 맞네요. (딱 맞으세요?) 네.]
봉사자들은 손 닿지 않는 사람들이 걱정입니다.
[전성용/봉사자 : 진짜 필요하신 분들, 여기 오기 힘드신 분들도 많을 거란 말이에요. 사각지대 발굴이나 전달체계를 확보하기 어려우니까 민관에서 (협조해야…)]
이번주도 쌀쌀한 날씨는 계속된다고 합니다.
두꺼운 외투 한 벌이 간절할 만큼 추위를 나기 힘든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또 우리 사회는 얼마나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살펴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
(VJ : 김원섭·김대현 / 인턴기자 : 이나영)
이예원 기자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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