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사람 이외 포유류 처음으로 두 박자 리듬 맞춰 노래 확인
마다가스카르 고유종 여우원숭이 인드리. 나무 위에서 잎, 열매, 꽃 등을 먹으며 크고 분명한 소리로 노래한다. 필리포 카루콰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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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열대림에는 인드리라는 대형 여우원숭이가 산다. 복슬복슬한 귀와 뚫어지라 쳐다보는 눈매와 함께 이들은 노래하는 원숭이로도 유명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나무꼭대기에 올라 이중창 또는 합창을 한다. 마치 장난감 나팔 소리 같은 이들의 노래가 사람의 음악과 비슷한 리듬 구조를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키아라 데 그레고리오 이탈리아 토리노대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26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인간 이외의 포유류 가운데 처음으로 인드리가 음악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사람 아닌 동물도 리듬감이 있냐에 주목했다. 2015년 과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모은 300여 곡을 분석했더니 음의 높낮이와 반복 구절 등 10여 가지의 보편적 특징을 잡아냈는데 그 가운데 6가지가 리듬과 관련됐다.
특히 두 박자 리듬이 중요했다. 노래를 부르는 속도가 다르더라도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규칙적이면 쉽게 알아듣는다.
인드리 노래의 두 박자 리듬.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1대 1 또는 1대 2로 규칙적이다. 키아라 데 그레고리오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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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똑같은 1대 1 리듬과 간격이 두 배인 1대 2 리듬 등 2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퀸의 노래 ‘위 윌 락 유’에서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참여를 이끌기 위한 전주 ‘쿵쿵따∼’는 대표적인 1대 2 리듬이다.
과연 인드리도 이런 리듬을 탈까. 연구자들은 지난 12년여 동안 20개 인드리 무리 총 39마리를 야생에서 따라다니며 노래를 녹음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인드리의 노래가 1대 1 리듬을 주로 하면서 1대 2 리듬도 포함하는 소리로 노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에 더해 인드리는 노래를 마칠 때 속도를 늦춰 길게 늘이는 클래식의 ‘리타르단도’ 기법도 구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울새 속 나이팅게일. 사람처럼 2박자 리듬으로 우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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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말고 리듬을 타는 동물로 처음 밝혀진 것은 울새 종류인 나이팅게일이다. 지난해 이 새의 노래가 1대 1 리듬으로 이뤄져 있으며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1대 2 리듬도 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신저자인 안드레아 라비그나니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는 “이것은 인간 아닌 포유류 가운데 ‘리듬 본성’이 밝혀진 첫 증거”라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능력은 어디서 진화한 것일까.
연구자들은 “사람과 인드리의 공통조상이 갈라진 것은 7750만년 전 공룡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며 “이런 능력이 매우 드물게 발견되기 때문에 공통조상 때부터 이어 내려온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명금류와 인드리, 그리고 사람 등 노래하는 종들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쥐와 새가 독립적으로 날개를 진화시킨 것처럼 음악성도 수렴진화의 일종이란 얘기다.
음악성의 기원을 연구할 유력한 동물인 인드리는 서식지 파괴로 멸종이 임박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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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노래하는 동물 예컨대 고래도 리듬을 타는지 아닌지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라비그나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음악성의 여러 보편적인 특성 가운데 두 박자 리듬을 조사했을 뿐”이라며 “인드리와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리듬의 반복성과 위계성 등 다른 특성도 더 늦기 전에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인 인드리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급격히 줄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멸종 직전의 ‘위급’으로 등재돼 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9.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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