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사건은 여러 의문들을 남겼습니다. 저희가 고인이 숨지기 1달 전에 받은 '건강진단' 서류를 확인했습니다. "출근 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홍지용 기자입니다.
[기자]
24살 신입 간호사 오모 씨가 지난달 받은 건강진단 문진표입니다.
오씨는 자신이 '간호일'을 하며 3교대에 회당 2~3시간씩 초과근무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닌다고 설명합니다.
증상을 적는 칸에는 "출근 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습니다.
야간 근무 중 쉬는 시간도, 식사 시간도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1달 전 보낸 '위험 신호'였습니다.
동료에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귀 한쪽이 안 들린다"며 "상담 의사가 우울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부서장에게 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병원에 건강상태를 직접 보고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A씨/동료 간호사 : (살이) 10㎏ 넘게 빠진 거를 말을 했대요. OOO님이 손들면서 얘야 얘! 장난스럽게. 그만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빠진 건데…]
일하다 응급실에 가서 붕대를 감은 사진을 주변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B씨/유족 : 다리가 점점 아파가지고 갔다고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근무 중에 응급실 갔다는 얘기 몇 번 했었어
요. 어지러워서 응급실 갔다고.]
쉬기는커녕 "응급실에 가더라도 출근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전했습니다.
간호사 일을 그만두겠다는 마지막 요청마저 거절당하자 세상을 등졌습니다.
[B씨/유족 : 간호사가 상급병원에서 1년을 채우면 다른 데 이직하기가 편하다고 해서, 동생이 그거 하나 믿고 버틴 것이거든요.]
경찰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형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가해자 개인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병원 측은 건강진단 결과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간호사가 아플 때는 응급진료라도 받게 권유했다는 입장입니다.
홍지용 기자 , 장후원, 정상원,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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