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피 흐르는 남극빙어…‘서울 40% 넓이’ 둥지 6천만개 발견

2022.01.17 방영 조회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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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남극 웨들해 500m 심해, 요나빙어가 대접 모양 둥지 지켜…세계 최대 어류 번식지 남극 심해에서 지구 최대 규모의 물고기 번식지가 발견됐다. 요나빙어의 둥지가 해저에 평균 3㎡당 1개씩 많은 곳엔 1㎡에 1∼2개 240㎢ 면적에 펼쳐져 있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OFOBS 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극 웨들해 남쪽 심해에 드리운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영상을 지켜보던 과학자들이 한순간 탄성을 질렀다. 영하의 남극해에만 사는 길이 50㎝가량의 남극빙어가 대접 모양의 둥지에 알을 낳아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둥지는 끝없이 이어져 연구자들의 입에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연구원들은 연구용 쇄빙선 폴라스테른 호를 타고 1980년대 초부터 웨들해 필히너 빙붕 주변 해역을 탐사해 왔지만 남극빙어 한 마리 또는 둥지 몇 개를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남극빙어 둥지는 서울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240㎢에 600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소 심해 생물학자 오툰 퍼서 박사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곳은 지금까지 지구 어느 곳에서 발견된 어류 번식지보다 크고 생물량도 많다”며 “남극 조약에 따른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얼음으로 덮인 바다를 느린 속도로 항행하면서 해저 가까이 카메라를 내려 해양생물 등을 조사하는 ’해저 관측 및 측심 시스템(OFOBS)’을 이용해 수심 535∼420m의 해저를 조사했다. 남극해를 1∼1.5노트의 속도로 항해하면서 해저 1∼1.5m에서 생물과 수심을 측정하는 폴라스테른 호의 ’해저 관측 및 측심 시스템(OFOBS)’.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OFOBS 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극빙어(호수에 사는 빙어와는 전혀 다르다)는 주둥이가 악어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고 혈액이 투명해 하얀 피 물고기로 불리는 남극 고유 어류이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종은 이 가운데 하나인 요나빙어로 56㎝까지 자란다. 1947년 처음 학계에 보고될 때 표본이 고래 뱃속에서 발견돼 이런 이름을 얻었다. 악어처럼 뾰족한 입과 투명한 혈액을 지닌 남극 고유종 요나빙어.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퍼서 박사는 “남극의 다른 해역에서 요나빙어 둥지가 수십 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이번 것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둥지는 지름 75㎝ 둘레 높이 15㎝의 둥근 형태였고 안에는 잔돌이 깔렸다. 연구자들은 둥지의 79%가 실제 번식에 쓰이고 있었으며 1500∼2500개의 알을 요나빙어 성체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고 밝혔다. 둥지 가운데는 알만 들어있거나 버려진 것도 있었으며 죽은 물고기가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둥지에 알을 낳고 지키는 요나빙어.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OFOBS 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이 해역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심층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들어와 주변 바다보다 수온이 2도가량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이 든 둥지 주변의 수온은 영하 1도∼0도로 주변 바다의 영하 1.5∼영하 2도보다 높았다. 퍼서 박사는 “뜻밖에 이곳에 물고기 둥지 생태계가 펼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이 해역에 서식하는 웨들해물범에 무선발신장치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물범이 잠수하는 곳의 90%가 물고기 둥지 근처였다.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에서 요나빙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를 먹이로 삼은 물범도 찾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무선추적장치를 부착한 웨들해물범. 요나빙어의 포식자이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OFOBS 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물범이 요나빙어를 포식하고 빙어의 사체는 다른 해저 청소동물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번식지 요나빙어의 생물량은 6만t에 이르러 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안트예 뵈티우스 이 연구소 교수는 “이 연구는 알려지지 않은 생태계가 망가지기 전에 조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며 “웨들해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 드러났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해역이 “지구 차원에서 독특한 생태계”라며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전 협약에 따른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만하다”고 밝혔다. 아직 짝짓기를 마치지 않은 요나빙어(왼쪽).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OFOBS 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번식지가 알려진다면 불법어업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이 해역이 얼음에 덮여 있어 쇄빙선 같은 특별한 장비가 없이는 접근이 힘들다”며 “현재로썬 불법어업의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12.0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남극 물고기 Q&A 남극빙어의 일종. 남극빙어는 찬 남극 바다에 가장 잘 적응한 물고기 무리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진형 극지연구소 박사가 최근 낸 책 ‘슬기로운 남극 물고기’(지오북)를 통해 남극 물고기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남극에는 어떤 물고기가 사나. =5개 과 123종이 알려졌다. 모두 남극암치아목에 속한다. 2500만년 동안 찬 바다로 고립된 남극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은 유일한 집단이다. 남극빙어과에 25종이 있다. -어떻게 영하의 바다에서 살아남나. =-2∼2도의 찬물에 적응했다. 남극빙어의 경우 그 비결은 부동액 같은 결빙방지 단백질이 있어 체액이나 혈액이 얼지 않는 데다 생체시계 유전자가 없어 백야와 극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 -혈액이 하얗다고. =헤모글로빈이 거의 없어 혈액이 투명하다. 대신 산소운반은 차가운 바다의 풍부한 산소를 비교적 큰 심장과 피부호흡으로 보충한다. -부레도 없다? =찬물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이다. 뼈도 덜 무거운 연골로 돼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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