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기획·연출은 따로 있다

2022.01.29 방영 조회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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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구호에 윤석열 지지율 반등시킨 주역 5년 새 진보에서 극우로 ‘집단 전향’?…착시·과장 살펴야 ‘성평등주의’이면서 ‘반페미니즘’, 모순과 분열의 정체성 공정성 집착-불안한 현실-피해의식이 빚어낸 ‘적대감’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청년 엘리트’의 이대남 ‘과대 대표’ CNN “우파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구애’가 부채질” 비판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한달 하고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이런 대선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역대 대선 가운데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선거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무엇보다 ‘무속 논란’이 대선판을 휩쓸고 있는 게 상징적입니다.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 있습니다. 3주 전쯤이죠. ‘여성가족부 폐지’! 속절없이 추락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을 일거에 극적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으로만 보면, 윤석열 후보 부부의 무속을 둘러싼 온갖 기행조차 저 일곱 글자 앞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정도입니다. 저런 구호를 공약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실에선 지금까지 나온 모든 공약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특정한 세대와 성별로 통칭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이대남’입니다. ‘20대 남성’을 줄여 부르는 표현이죠.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에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유권자 집단입니다. 지금 나타나는 후보별 지지율을 보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는 그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전체 유권자의 6.7%에 불과하지만 대선 판세를 좌지우지하는 이대남!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요?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사자인 20대 남성들조차 그럴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 어려운 이대남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대남을 얘기하지 않고는 이번 대선을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60대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조사 결과 이대남은 생물학적인 20대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대략 30대 중반까지 아우릅니다. 한마디로 청년세대죠. MZ세대로도 불립니다. 1980년부터 1994년생까지인 밀레니얼(M)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생까지인 Z세대를 합쳐 부르는 용어입니다. 젊은 남녀 세대를 아우르는 이들 가운데서 남성만의 부분집합이 이대남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대남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과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금 20대와 몇해 전 20대, 그러니까 지금 30대 초중반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을 수 없다고도 하고, M세대와 Z세대는 전혀 다르다고도 합니다. 또 20대 남성 내부의 차이가 외부와의 차이 못지않게 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남이라는 용어가 호사가들의 창작물이라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뚜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니까요. 그럴수록 가장 확실한 것부터 짚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이대남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표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중앙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죠. 외교안보·경제·사회 영역에 걸쳐 14개 정책 쟁점을 토대로 이념을 추출해보니까, 20대 남성이 모든 세대와 성별을 아울러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통상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던 60대보다 더 보수적이었다는 겁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이대녀로 불리는 20대 여성은 40대 남성, 40대 여성, 50대 남성 다음으로 진보적이었습니다. 이로써 20대는 정책 이념에서 남녀 성별 간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세대로 자리매김됩니다. 탈원전, 정부 재정 운영, 비정규직 해법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대남은 강한 보수 성향을 보였고, 이대녀와의 간극도 그만큼 컸습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나 특이한 점은 성소수자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거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 이대남은 61.2%, 이대녀는 88.6%가 동의했다는 것인데요. 양쪽 모두 진보적인 태도를 보였고, 당연히 차이도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쩌다 지금의 20대 남성들은 앞선 어느 세대 남성들이 20대였을 때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진단이 나오게 됐을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시대든 20대는 진보적이라는 상식이 적어도 지금의 20대 남성에서 깨졌다면,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현상일 테니까요. 다른 집단처럼 비치는 5년 전과 5년 후 그런데 이대남의 범주를 2017년 5월9일 치러진 19대 대선 때는 20대였지만 지금은 30대 중반이 된 이들까지 포함해서 보면 사뭇 복잡한 양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와 이번 중앙일보 조사에는 확연한 차이가 포착됩니다. 5년 전 20대 유권자의 47%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13%까지 더하면 60%에 이릅니다. 전세대 평균은 문재인 후보 41%, 심상정 후보 6%였습니다.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64%에 이르렀던 30대 다음으로 20대가 진보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20대 남성만 떼어서 보면 또 다른 면이 나타나기는 합니다. 선거일 직전에 한국갤럽이 조사한 예상득표율을 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지지율은 각각 37%, 10%였습니다. 20대 여성은 문 후보 56%, 심 후보 18%였고요. 여성이 눈에 띄게 높죠. 하지만 적어도 20대 남성의 두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47%로, 전세대 평균과 똑같습니다. 이제 4년 뒤인 지난해 4월7일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는 어땠는지도 살펴보죠.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72.5%라는 압도적인 몰표를 던졌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는 22.2%밖에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세대 평균은 오세훈 후보 59%, 박영선 후보 37.7%였고요. 물론 선거 결과에는 여러 변수가 반영됩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했죠. 여야의 성적표가 바로 1년 전 4·15 총선 결과와 정반대로 나타난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20대의 투표 성향은 유별나게 도드라집니다. 20대 남성은 평균보다 훨씬 보수적인 투표를 했고, 20대 여성은 평균보다 다소 진보적인 투표를 했습니다. 당연히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은 19대 대선 때보다 훨씬 거리가 멀어졌고요.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으로 갈래를 타보죠. 20대 남성은 5년 전 선거에서 전체 평균과 똑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4년 뒤인 지난해 재보선에는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니, 선거뿐 아니라 정책에 대해서도 가장 보수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20대 여성은 선거에서도 정책 이념에서도 상당히 일관되게 진보적인 경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20대 남성과 여성 모두 인적 구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죠. 그런데도 20대 남성만 유독 태도나 경향에서 극단적인 변화를 보인 겁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나 배경이 뭔지 짚어봐야 하겠지요. 혹시 착시현상 같은 건 없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겠습니다.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집단적으로 급변한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노릇이니까요. 그들은 급변한 게 맞을까요? 오히려 어떤 일관성을 띠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공정성’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20대 20대 남성을 보기 전에 먼저 20대 남녀를 통틀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남은 성별 담론 이전에 세대 담론이니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성세대 눈에는 20대 모두가 특이하게 보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이른바 ‘20대 개새끼론’과도 결이 다릅니다. 그때는 20대가 예전 같지 않게 사회 문제와 현실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그래서 투표도 안 하고, 오직 학점과 취업에만 열을 올린다는 게 기성세대의 눈 밖에 난 이유였죠. 지금 20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뿌리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대들만의 고유한 인상을 심어준 몇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20대에서 폭발했습니다. 그다음은 2019년 ‘조국 사태’입니다.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 앞에서 주말마다 대규모 ‘검찰개혁’ 집회가 열리는 동안, 이른바 ‘스카이’라고 하는 서울의 주요 대학 학생들이 정반대 성격의 집회를 이어갑니다. 2020년에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터진 것도 기억하실 겁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이 모든 현상을 20대의 ‘공정성 집착’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들에게 공정성 담론은 곧 능력주의 담론이기도 합니다. 능력에 따른 차별, 그것이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 담론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과연 능력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능력은 시험 통과죠. 대학 입시와 공기업 공채시험 말입니다. 이른바 ‘일류 대학’ 학생들 사이에는 ‘지균충’이라는 멸칭도 있습니다. 지역균형선발로 입학한 동료 학생을 벌레에 빗댄 표현입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 기회가 얼마나 평등했느냐는 문제는 결코 따지는 법이 없습니다. 둘째,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과연 비례성이 있는가 하는 겁니다. 시험을 통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나마 그 앙상한 지표를 가지고 하늘과 땅 차이의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현실이죠. 능력이 안 되면 차별이 아니라 ‘처벌’ 또는 ‘응징’을 가하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것이 공정하다는 것이 20대가 믿고 있는 능력주의입니다. 차별을 조금이라도 보정하려고 하면 곧바로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대두됩니다. 이대남과 이대녀, 그 ‘분열’의 기원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성세대 눈에 20대 내부의 큰 분열과 대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019년 2월18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 현안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었는데요. 그 원인을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 개인주의 확산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 정책 기조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방점을 찍습니다. 좀 거칠게 압축하면 ‘사회적 배려심이 낮은 20대 남성들이 정치세력화된 20대 여성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반감을 품던 차에 정부와 여당의 친여성 정책 기조를 보고 감정이 폭발해 등을 돌렸다’고 본 겁니다. 20대 남성과 여성 모두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20대 개새끼론’의 귀환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논란이 많았습니다. 특히 여성계가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20대 내부에서 성별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한 것은 그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입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이 2016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혐오 살해 사건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여성들의 시위에 몇몇 남성들의 맞불시위가 시작되죠. “왜 모든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모느냐”는 거였습니다. 메갈리안 같은 여성 커뮤니티의 ‘미러링’에 대해 ‘남혐’, 즉 남성 혐오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리고 2018년 미투운동 때도 비슷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 청년세대가 ‘메갈’과 ‘잠재적 가해자’로 양분돼 집단 대결을 벌이는 듯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연출된 겁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20대 남성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내면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군 가산점제 논란부터 시작해서 남성이 체계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사례들이 제시됩니다. 정부의 ‘성별 할당제’로 여성들은 5급과 7급에서 혜택을 보고, 남성은 9급에서만 득을 본다거나, 서울에 있는 약대 총정원 573명 가운데 320명이 여대에 있어서 자동으로 여성 몫으로 돌아가고, 남성은 나머지 253개 자리에서 여성과 경쟁해야 한다는 깨알 같은 분석도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공정성 담론과 만납니다. 20대 남성이 당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불공정’이고 ‘역차별’이라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성을 신봉하는 20대 안에서 다시 성별 공정성 논란이 나오고, 그 어떤 논란보다 극심한 적대를 형성한 셈입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대에 비치는 기성세대의 자화상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오고 3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때는 기성세대의 관성적인 시각으로 20대를 재단한다고 비판할 여지가 충분했었는데, 지금 20대 남성들을 다시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보고서가 자기예언적 성격을 띠고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20대 내부의 젠더 갈등이 심각해 보입니다. 불과 몇년 사이에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20대 남성의 급속하고 극단적인 보수화가 젠더 갈등과도 깊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적어도 2017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20대 남성의 보수성은 전세대 평균에 수렴하지 않았습니까. 공정성과 능력주의에 있어서도 같은 세대인 20대 여성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대남의 표상에 부정교합이나 분열의 틈새, 나아가 과장된 왜곡이 있지는 않은지 새삼 의심해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먼저 공정성에 대한 20대의 인식부터 다시 들여다보죠. 2018년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 세대에 걸쳐서도 공정성의 가치관에 두드러진 차이가 없었습니다. 20대의 공정성, 즉 능력주의에 대한 태도가 다른 세대보다 더 완고하다기보다는 더 직설적으로 표현된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20대가 공정성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앞세대보다 더 빈곤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데 따른 피해의식과 닿아 있다고도 분석합니다. 적어도 지금 20대가 한꺼번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들이 아니라면,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시대정서 같은 것과 연결돼 있거나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성세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그들에게 증폭돼 나타난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각종 조사와 연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은 성평등 의식이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최종숙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020년 3월에 발표한 논문이 여러 곳에서 인용되는데요. 성평등 의식을 추론할 수 있는 여러 지표 문항에서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이 대체로 20대 여성 다음으로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가령 ‘남성의 육아를 수용한다’ ‘여성 직장상사 수용’ ‘여성의 주도’ 같은 항목에서 30대 여성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성소수자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거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 20대 남녀 모두 진보적이라는 중앙일보 조사 결과와도 닿아 있는 듯합니다. 30대 여성보다 더 높은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는 20대 남성이 ‘여혐’의 집단적 주체라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타성 부족한 건 ‘이대남’ 아닌 ‘20대 고소득 남성’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석은 이대남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 ‘반페미니스트’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차별주의자가 아니라 공정성, 능력주의의 신봉자라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차별은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결과일 테니까요. 이대남의 정체성이 얼마나 단일하고 고착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이대남의 상징적 인물이 누굽니까. 바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이대남의 생리를 잘 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스스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문 메시지의 표현 전략을 구상했을 리 없죠. 이 대표한테서 나왔을 거라고 추론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지난해 가 ‘세대 인식 집중조사’라는 것을 했는데요. 모든 세대 모든 성별에서 자기가 고소득층이라고 여길수록 이타성도 높게 나타났는데, 유독 20대 남성에서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스로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할수록 ‘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눠 타인을 도울 것이다’라는 답변이 저조했던 겁니다. 그것도 아주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립니다. 흔히 이대남의 정체성으로 간주되는 배타성과 이기주의가 실상은 ‘20대 상류층’의 인식이 반영됐을 뿐, 다수의 20대 남성의 내면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입니다. 하버드를 나와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현실 정치의 파워엘리트가 된 젊은 남성 이준석은 이대남을 과대대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다수의 20대 남성은 자신의 실존과 거리가 먼 이준석에게 동일시의 감정을 투사하는 걸까요? 그것은 주체적인 자기 서사에 그들이 특히 취약한 것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20대 남성은 정통 신문·방송이 아닌 디지털 큐레이션 플랫폼을 통해, 그러니까 그때그때 화제가 되는 이슈를 맥락을 소거한 채 극히 단순하고 자극적으로 재현하는 세상 이야기와 정보를 주로 접하고 있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입니다. 이른바 ‘좌표 찍기’에도 그만큼 방어력이 취약할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파괴력도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우파 정치인들의 ‘20대 젠더 이간질’ 불과 4년 사이에 극과 극의 투표 행위를 나타낸 것은 그들의 정치적 정체성이 고착돼 있지 않고 대단히 유동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20대 남성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경험적으로 주어지고 축적된 정보 취득 경로의 의존성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20대 남성만 그런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죽하면 오늘날을 ‘탈진실의 시대’라고 하겠습니까. 20대 남성은 탈진실 시대, 그리고 탈진실 시대가 빚어낸 정치적 양극화의 시대를 살면서 유독 페미니즘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중앙일보의 정책 이념 조사는 매우 우려스러운 징후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이대남은 보수적인 정책 이념을 깊숙이 내면화할지도 모릅니다. 이대남을 ‘민주주의의 괴물’로 형상화하고, 견인하고, 고착화하는 대표적인 세력은 정치권과 언론이라고 봅니다. 미국 방송 이 24일 ‘한국의 놀라운 안티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했는데요.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남성의 권리를 신장해야 한다는 운동이 나오고 있다. 이 운동은 온라인에서 부채질되고 우파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인 구애를 받으며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사진을 보여주며 “보수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선되면 여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특권적 기성세대가 불안하고 취약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20대들을 대상으로 젠더 이간질을 하며 특권의 성채를 더욱 강고하게 쌓아가고 있다는 뜻으로 번역됩니다. [논썰] 대선 ‘큰손’ 떠오른 ‘이대남’, 너는 누구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신도 그 주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지목하고 있습니다. ‘우파 정치인’이죠.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허겁지겁 뒤쫓아가기 바쁩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선거 운동을 도와주는 꼴입니다. 그렇게 되면 20대 여성도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될 겁니다. 지금 여야 모두 무한경쟁 속에서 불안과 빈곤을 감내하고 있는 20대의 실존적 고통을 통찰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는 선거의 승패를 떠나, 다른 누구보다 20대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겨레 논썰’이었습니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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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발열 환자 30만 육박...정부, 조만간 '지원' 공식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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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백브리핑] 문 전 대통령 04:10
    [백브리핑] 문 전 대통령 "반지성이 시골마을 평온 깨" 작심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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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문 전 대통령 귀향 후 첫 휴일…평산마을에 방문객 발길 이어져 01:50
    문 전 대통령 귀향 후 첫 휴일…평산마을에 방문객 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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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여의도1번지] 윤 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 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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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윤 대통령 시정연설… 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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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 尹대통령 03:53
    尹대통령 "한덕수 인준 협조해달라"...민주당 "부적격 인사 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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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北, 코로나 '사망자 50명' 축소한듯… 02:30
    北, 코로나 '사망자 50명' 축소한듯…"5∼6배 더 많은걸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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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정부, 방역 실무접촉 통지문 발송 시도…북한, 무응답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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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 윤대통령, 박수 속 첫 시정연설…여야 의원들과 악수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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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뉴스외전 정치 맞수다] 윤 대통령 첫 시정연설‥여야 평가는? 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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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 [정치+] 윤 대통령 27:02
    [정치+] 윤 대통령 "위기·도전, 초당적 협력 강력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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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초당적 협력 절실…추경 협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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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 첫 시정연설‥ "초당적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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