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전투표 첫날, 낯선 장소에서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은 신체에는 별다른 장애가 없으면 투표할 때 도움받기가 어렵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뭔지, 임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덩치 큰 청년의 걸음걸이는 조금 어색했습니다.
27살 중증 지적장애인 김석원 씨입니다.
사전 투표장을 찾았는데 곁엔 투표 보조인이 함께 했습니다.
지난 3월 대선 때는 혼자 투표를 해냈습니다.
이번에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김석원/발달장애인 : 떨리고요. 일곱 사람은 특별히 어렵고요. 글씨 보는 게 어려워요.]
투표 용지는 7장, 뽑아야 하는 직책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지 능력이 부족하고 표현을 잘 못하는 발달장애인은 낯선 곳에선 긴장해 행동이 얼어붙곤 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더 긴장합니다.
글자를 읽거나 투표 용지 칸 안에 정확히 기표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 장애인만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 투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은 투표 보조 신청을 거부당하기 일쑤입니다.
[(투표) 안 해, 안 해. 그냥 가.]
오늘(27일) 경기도 한 투표소에선 발달장애인 부인을 보조하려던 남편이 제지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A사전투표소 관계자 : 발달장애인은 원래 보조하시는 게 아니거든요. 손을 아예 움직일 수 없거나 그런 분들만…]
2년 전 국가인권위도 발달장애인이 투표 보조를 못 받는 건 차별이라며 정당한 편의제공을 권고했습니다.
지난해 법원도 "장애유형과 무관하게 본인이 기표할 수 없어 보조를 받기 원하면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입장은 달랐습니다.
[이승헌/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 선관위는 다르게 해석을 한 거죠. 발달장애인도 시각 또는 신체에 장애가 있어야만 투표를 보조받을 수 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 모든 발달장애인들 대상으로 한 투표 보조 요구에 대해선 공직선거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법을 초월해서 운영할 순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정권을 형식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발달장애인들의 호소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김충현)
임지수 기자 , 김대호, 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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