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4일) 밀착카메라는 커다란 쓰레기 산이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서울 제기동의 한 재개발 구역에 가봤습니다. 아직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동네 여기저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들 탓에 사실상 '쓰레기 골목'이 돼버린 곳입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2019년, 2020년, 2021년, 한 건물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가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올해, 사람 키 두 배 정도 되는 '쓰레기 산'이 됐습니다.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제기동 제기 제4구역 이야기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청 무단투기단속반 : 나는 구청 소속이지만 세 번 네 번 치워줬다고, 이거. 미치겠다니까.]
제가 서 있는 이곳엔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제 키보다 훨씬 높은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습니다.
지금은 구청이 치워서 완전히 깨끗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건너편으로 와 보면 이렇게 쓰레기가 놓여 있습니다.
이 동네는 몇 년 동안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06년 재개발 조합이 만들어진 뒤 떠나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간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소파, 장판부터 서랍장까지. 온갖 물건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박해숙/서울 제기동 : 밤에 몰래 갖다 버리다 보니까 산더미가 쌓여서 이제 걷지를 못해요.]
[제기 제4구역 주민 : 벌레, 모기, 나비, 나방. 파리, 파리가 말도 못 해.]
한 골목길로 들어와 봤는데요. 뒤로 보이는 것처럼 쓰레기 더미가 쌓여서 아예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골목 안쪽 전체가 다 쓰레기입니다.
[임영길/제기 제4구역 주민 : 외부 사람들이 올 때는 차 갖고 와서 휙 던지고 가고. '쓰레기 버리는 장소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와서 버리는 거지.]
골목에는 쓰레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길 한쪽에는 이렇게 누구 것인지 모르는 인분이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대변이 걸레로 덮여 있습니다.
[김정임/제기 제4구역 주민 : 남자들이 오줌을 여기 와서 싸서, 지린내에다가. 똥도 아무 데나 누지.]
또 다른 길 양쪽엔 큰 쓰레기들이 모여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밖에서 쓰레기와 고물을 가져와 이곳에 버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CCTV를 확인해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쓰레기를 가져옵니다.
쓰레기 산도 그 중 한 사람이 만든 겁니다.
[우금수/포장마차 운영 : (여기에 물건 둘) 권한이 없지. 자기네 마음대로 그렇게 하는 거야. 여기까지 막 다 늘어놔서 내가 일부러 꽃을 앞에다 놓는 거야.]
쓰레기가 아니라 파는 물건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자 : 당연하지, 내 점포지. 지금은 공짜로 쓰고. 옛날 내 자리니까 내가 갖다 놓은 거고.]
여기에 어떤 물건들이 버려져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청소기, 전자피아노, 선풍기가 있고 이 안쪽엔 변기커버도 보입니다.
접시 젓가락, 모자, 신발도 있습니다.
아래엔 먹다 남은 막걸리병도 있습니다.
이 물건을 여기 둔 사람은 이걸 판다고 하지만, 방치되고 상태가 좋지 않아 쓰레기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어제 구청에서 깨끗이 치웠던 자리는 하룻밤 사이 다시 더러워졌습니다.
근처 CCTV를 확인해보니 또 그 사람입니다. 주민들만 답답합니다.
[임영길/제기 제4구역 주민 : 구청은 조합으로 미뤄버려요. 조합에 얘기하면 '여긴 도로기 때문에 자기는 관계없다' 그런 식이야. 우리 주민들은 누구한테 하소연하겠냐.]
구청은 재개발구역 안의 폐기물은 조합이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합니다.
[동대문구청 청소행정과 : 재개발구역에 대해서는 재개발조합이 관리랑 처리를 하는 게 맞다. (조합에) 사후 조치를 확실히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치워드렸는데 그 약속이 이제 지켜지지 않고…]
나름 과태료도 부과하고 고발도 했습니다.
조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기 제4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 : 우리는 쓰레기 치우는 예산 자체라는 게 없어요. 어떤 치울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조합에서 그 폐기물 업체를 선정해서 비용이 들더라도 치우든가…]
잠깐 깨끗해진 이곳이 다시 더러워지는 건 시간 문제일 겁니다.
하나둘 쌓이는 비양심과 책임 있는 주체들의 무관심, 그 사이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이곳을 떠날 때까지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원섭·김대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성기원)
이희령 기자 , 신동환, 임인수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