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마지막 3년 동안 손으로 직접 쓴 원고가 공개됐습니다. 147편에 이르는 글과 그림으로 남긴 마지막 이야기는 '눈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재우 기자입니다.
[기자]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아플 때마다 검정 노트를 펼쳐 쓰고 그렸습니다.
27개월 동안 147편, 때론 "살고 싶어서 내 마음은 흔들린다"고 털어놓았고, 첫눈 내리던 어느 날엔 "내년 이맘때 나도 없을 거"라며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시집부터 시나리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160권 넘는 책을 쓴 석학의 마지막 탐구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숨을 거두기 한 달 전까지 흔들리는 손글씨로 적어 내려간 유일한 자서전, 유족들은 그 육필원고가 마치 남편인 듯, 아버지인 듯 어루만집니다.
[강인숙/영인문학관장 : 글을 보면 다 보여요. 얼마나 아픈지, 아니면 즐거웠는지. (글씨가) 많이 흔들리는 날은 마음이 더 아프고…]
새로움을 향해 달려온 89년, 남들보다 먼저 컴퓨터로 글을 썼지만 암 투병으로 마우스 더블 클릭조차 어렵게 되자 다시 손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던 말은 고인이 직접 정한 책의 이름, '눈물 한 방울'.
박쥐가 걸리던 코로나에, 또 닭이 걸리던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이 시대를 돌아보며, "사람과 짐승을 구별하는 건 눈물"이라고 했는데 '시대의 지성'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의 생각은 책으로 남았습니다.
유족들은 내년에 선생의 서재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정재우 기자 , 김대호, 김재식, 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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