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김승희 장관 후보자가 4일 결국 낙마하면서 보건복지부는 두 달 가까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정호영 전 후보자가 자녀 특혜 논란으로 지난 5월 23일 자진해서 사퇴한 지 42일 만에 두 번째 후보자도 연달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 후보자는 지명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 치매 막말, 모친 관련 부동산 편법 증여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후보자를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 결정타가 돼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김 후보자 거취 관련 질문에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면서 사실상 임명 포기 의사를 내비치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자진사퇴를 공개 촉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는 권덕철 전 장관이 정식 퇴임한 지난 5월 25일부터 수장이 공석 상태다. 권 전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사표를 제출했고, 그에 앞서 13일부터 연가 상태였기 때문에 수장 공백은 사실상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복지부 장관이 번갈아 가면서 주재하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는 복지부 장관이 주재할 차례가 되면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이 대신 회의를 이끈다.
기획조정실장,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주요 실장 자리도 비어있다. 5월 초 이기일 전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차관으로, 박민수 전 기조실장은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으로 각각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실장 자리 2곳이 비어있다. 발령이 늦어지고 있다"며 "빈자리는 산하 담당 국장들이 직무대행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원숭이두창이 유입돼 확산 우려가 커져 '과학방역'을 표방하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연금개혁 등 국민의 주목도가 높은 다른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복지부의 다른 관계자는 "사실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장관이 없더라도 업무가 진행되기는 한다"면서도 "관계부처 간 조율 등 장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길어지는 장관 공백을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님이 계실 때와 비교해 정책 결정력 측면에서 아무래도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실장님까지 안 계시는 부서는 직무대행들께서 잘하고 계시지만 분위기가 붕 떠 있는 느낌도 난다"고 전했다.
복지부가 지난 4월 10일 정 전 후보자 지명 이후 석 달 가까이 인사청문 국면을 보내고 있는 것도 문제다.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유독 많이 불거진 탓에 복지부는 그동안 100여건의 해명 자료를 쏟아냈다. 정 전 후보자는 65건이 넘는 해명자료를 냈고, 김 후보자는 35건 안팎의 자료를 냈다.
다만 복지부는 정책적인 업무는 예산 전문가인 조규홍 1차관과 보건의료 전문가인 이기일 2차관이 역할을 분담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백은 없다고 설명한다.
정 전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두 차관이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에서는 두 차례 장관 후보자 낙마에 수장 공백에 대한 심각성이 무뎌지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첫 번째 후보자 낙마도 지켜봤고, 상황이 두 달 가까이 지속돼서 그런지 두 번째는 좀 담담한 것 같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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