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조정이 끝나면 시작되는 미지의 세계
1980년대, 편성된 방송이 모두 끝나고 나면 무지개 빛깔의 띠처럼 보이는 TV 화면조정 시간이 잠시 이어지다 '칙'하는 소리와 함께 흰색과 검정색 점이 가득 섞인 회색 화면이 나왔습니다. 정규방송이 끝나 더는 TV 프로그램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장면'이기도 했는데, 당시 어린 마음에 이러다 다시 총천연색 만화가 나오지 않을까 그 회색 화면을 몇 분이고 바라보고 앉아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마치 영화 속 흑백세계가 색깔을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 회색화면은 방송사로부터 TV가 아무런 전파도 수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백색 소음(white noise)'만 가득한 상태였던 거죠. 사진작가 출신의 홍성용 작가는 어릴 적부터 '이 TV속의 백색 소음 속 세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상력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눈을 감았을 때 찰나의 짧은 시간 속에 보이는 형상이 TV속 백색 소음 화면과 비슷하게 보였던 것이죠. 홍 작가는 어쩌면 무의식의 세계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존재의 시작과 끝, 근원적인 공간을 탐구"
"저는 생각했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볼까? 사람은 마지막 순간 무엇을 볼까? 어쩌면 우리가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공간이 우리가 있었던, 원래 존재하던 곳이었고, 노이즈와 같은 점들은 나, 또는 타인, 결국 우리의 조각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근원적인 공간은 결국 신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홍성용 작가의 작품은 모두 4개의 시리즈로 구성돼 있습니다. Noise, Darkness, Heuristic, Beyond 로 이어지는데요. 노이즈 시리즈는 근원적 공간에서 노이즈를 만나고, 노이즈를 통해 나를 깨우치는 과정인 다크니스 시리즈는 암흑의 형태를 상상으로 표현했습니다. 휴리스틱 시리즈에서는 영원한 삶을 원하는 인간이 무한을 마주했을 때를, 비욘드 시리즈는 근원의 공간에 신과 인간의 탄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합니다.
작품을 한 번 볼까요? 보는 사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