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오페라극장으로 손꼽히는 스페인 왕립극장.
공연을 앞둔 국립무용단의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본 공연 못지않게 표정부터 손끝 발끝 하나하나, 세심하게 연기하는데요.
부상 이후 복귀 첫 공연 무대에 설 발레리나 박예지 씨는 한 동작 한 동작에 더 집중합니다.
[호아킨 데 루스 / 스페인 국립무용단 단장 : 박예지 씨는 저희 발레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발레리나고 그녀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토비 밀렛 / 스페인 국립무용단 발레리노 : 저는 예지 씨와 춤추는 모든 순간이 좋았어요. 정말 특별하고 재능있는 무용수죠. 부상 후에 돌아와서 매우 기쁩니다.]
2019년 발목 부상 이후 토슈즈를 신고 3년 만에 다시 오른 무대.
직업 특성상 늘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지만, 4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한 예지 씨에게 2019년 발목 부상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박예지 / 발레리나 : 두 번째 수술하기 전에 저는 발레단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냐면 제가 단원인데도 불구하고 춤을 못 추고 무대에 못 올라가고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고….]
부상 전까지 예지 씨의 발레 인생은 탄탄대로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 단번에 들어가며 각종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었는데요.
2012년, 23살의 나이에 더 큰 무대인 해외로 눈을 돌려 스페인 국립무용단 입단 오디션을 치렀습니다.
유명 무용수 호세 까를로스 마르띠네스가 단장으로 있던 때라 경쟁률도 가장 치열했죠.
[박예지 / 스페인 국립무용단 발레리나 : 거의 여자 500명~700명 정도에 남자 200명, 거의 종일 이틀에 걸쳐서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저는 1차 2차 통과할 때마다 놀랐어요. 한국에서 배웠던 작품과 또 다른 작품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너무 놀랐고 또 좀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합격이 되어서 발레단에 들어와서 새로운 작품들을 배울 때마다, 너무 새로운 거를 배울 때마다 신이 나는 거예요.]
예지 씨의 장점은 클래식 발레뿐 아니라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하고 춤추는 것.
그래서인지 스페인에서의 활동이 운명처럼 느껴질 만큼 잘 맞았는데요.
스페인어를 전혀 몰라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정서가 비슷해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박예지 / 스페인 국립무용단 발레리나 : 그 안에 흥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서랑 살짝 비슷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한, 살풀이를 한다든가 창을 한다든가 그런 거랑 비슷하게 스페인도 노래도 하고 그 안에서 끓어 올라오는 열정이라고 해야 하나요.]
스페인에 온 지 2년 만인 2014년, 솔리스트 승급 시험에 도전해 1등으로 붙으며 재능을 인정받아 온 예지 씨.
그녀는 지난 1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돈키호테'를 꼽습니다.
스페인의 유명 소설이 원작으로 스페인 무용수가 맡는 관행을 깨고 주인공 '키트리' 역할을 하게 된 건데요.
그 기회에 예지 씨만의 '키트리'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호아킨 데 루스 / 스페인 국립무용단 단장 : 예술가 중에는 타고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스타일을 이해하는 감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납니다. 음악이 나오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지 씨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어요.]
[앤트리 페나 / 스페인 국립무용단 발레리노 : 그녀는 폭죽과도 같아요.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나 거리를 걸을 때마다 내면에 찬란한 무언가가 있죠. 그리고 항상 무대 위에 설 때 그 무언가가 터지는 거예요.]
하지만, 예지 씨는 타고난 재능에만 기대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연습실에 출석 도장을 찍을 만큼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으로 무장해 왔는데요.
덕분에,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던 때에도 그녀를 믿고 기다리던 국립무용단과 종신계약도 할 수 있었죠.
[박예지 / 발레리나 : 저를 믿어주시고 수술하고 오라고 편하게 배려를 해주신 덕분에 마음 편히 수술하고 회복하고 복귀하는 데에 큰 힘이 됐던 거 같아요.]
어느덧 국립무용단 10년 차, 그녀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춤동작부터 무대 연출까지 직접 한 작품을 연출하는 안무가로 성장하는 것!
[박예지 / 발레리나 : 미래에 안무가를 꿈꾸고 있는데 지금 또 좋은 기회가 와서 발레단에서 안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한국문화원에서 같이 도움을 주셔서 안무를 만들고 있어요. 아마 다음 시즌쯤에 올라갈 거 같아요.]
갓, 부채 등 한국적인 소재를 담은 한국 무용의 아름다움과 10년간 경험한 스페인 발레를 녹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요.
그녀의 발레 인생에선 부상마저도 위기가 아닌 쉼표였을 뿐.
다시 무대를 찾은 지금, 더욱더 힘찬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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