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말라’ 되려는 사람에게…“살 빼야만 행복한 건 아니에요”

2022.09.29 방영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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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 치도 인터뷰 “어떤 몸 가지든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꿈꿔”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박이슬(28)씨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슬랩>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한나, 나이키, 펜디의 공통점은? 가수 리한나는 지난 2018년 자신의 속옷 브랜드 ‘새비지×펜티’(SavageXFenty) 패션쇼에 가슴 사이즈 30에이에이(AA)컵부터 40트리플디(DDD)컵까지 다양한 모습의 모델을 런웨이에 세웠다. 나이키는 영국 런던 매장에 플러스 사이즈(의류사이즈 88 이상) 마네킹을 선보였고, 펜디는 해마다 패션쇼 런웨이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등장한다. 이들은 제품과 마케팅에 신체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널리 퍼트리고 있다. ‘마른 몸=예쁜 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들이다. 국외 여러 나라에선 ‘말라야 완벽하다’는 인식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노르웨이에서는 인플루언서가 유료 게시물에 보정된 사진을 올릴 때 해당 사진이 포토샵을 거쳤음을 명시하도록 한 법안이 통과됐다. 지난 1월 영국 국회에선 광고용 게시물에 몸을 보정해 올릴 때 이 사실을 알리는 로고를 붙여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기업과 국가 등 단위를 가리지 않고,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이 활발하다. 한국에도 통념에 균열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자 보디 포지티브 콘텐츠 크리에이터 박이슬(활동명 치도·28)씨가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란 옷 사이즈가 66∼77인 모델이다.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한겨레>와 만난 박씨는 “보디 포지티브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다”며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운동하는 일상의 행복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도 한때 ‘세상에서 제일가는 외모 지상주의자’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갑자기 살이 찐 뒤 그에게 체중 감량은 인생의 숙제가 됐다. “살이 찐 상태의 내 인생은 가짜 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꿈꾸는 몸이 되어야지만 내 인생이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10대 청소년 사이에선 얼마나 마른지 등급을 매기는 ‘키빼몸’(자신의 키에서 몸무게를 뺀 값) 표가 유행이다. <슬랩>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식이장애란 절벽으로 스스로 걸어갔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친 뒤 그는 1년간 체중 감량을 하려 휴학을 했다. ‘완벽한 마른 몸’을 만드리라 계획했다. 아르바이트마저 피트니스 센터에서 구했다. 그러나 지나친 체중 감량 강박은 어느새 자기혐오와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식단을 조절하다가도 조금이라도 더 먹게 되는 날이면 엄청난 자기 혐오를 느꼈어요. 다음날엔 덜 먹다가 다시 폭식하고 또 굶고…. 되돌릴 수 없는 굴레로 빠지게 됐죠.”고 했다. 이런 굴레 속에서 박씨의 몸과 마음은 망가졌다. 20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생리가 멈췄고 머리카락이 빠졌다. ‘종이인간’이 된 것 같았다. 뭘 해도 체력이 달렸고, 지하철같은 막힌 공간에 가면 쓰러지곤 했다. “상태가 이런데도 아침, 저녁으로 몸무게와 사이즈를 재는 내 자신을 보면서 어느 순간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충격과 동시에 깨달음도 있었어요. ‘왜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지금의 모습도 괜찮다고 한 적이 없을까’ ‘왜 항상 부족한 모습만 보려 했을까’라는 깨달음이요.”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내 존재 자체로 살아보자. 다른 누구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겠다.’ 박씨는 각오를 다졌다. 체중 감량도 그만뒀다. 끝없이 살이 찔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몸무게는 일정 수준에서 유지됐다. 그제서야 일상의 행복을 알게 됐다. “그전까지 식욕이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음식을 앞에 두고 항상 몇 칼로리인지, 살이 얼마나 찔지 걱정부터 해서 먹는 데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거죠. 신기하게도 식욕이 채워지니까 다른 쪽으로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운동도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점을 알게 돼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월6일 ‘제2회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에 나선 박이슬씨와 모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이슬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디 포지티브를 실천하면서 이룬 건 일상의 행복뿐만이 아니다. 꿈에도 다가섰다. 그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다. “그런 사이즈의 모델은 안 뽑아요.” ‘키 165㎝·몸무게 62㎏,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앞세운 지원서를 내자 돌아왔던 대답이다. 2018년만 해도 국내에서 내추럴 사이즈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었다. ‘안 뽑아? 그럼 내가 이 사이즈의 모델이 필요하단 걸 보여주면 되지!’ 그렇게 시작한 게 보디 포지티브 패션 유튜브 채널이었다. 마른 몸을 가진 패션 유튜버들 사이 시청자와 비슷한 몸을 가진 그가 등장하니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가 ‘빵 뜨면서’ 일이 하나둘씩 들어왔어요. 내추럴 사이즈 모델도 많이 생겨났고요. 요즘 촬영 현장에 가면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 동료들이 있어 너무 신기해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끔찍해요. 그런데도 그만둘 수가 없어요’ 그는 평소 10대 청소년에게 이런 연락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강박때문에 힘들지만 살이 찔까 두려워 체중 감량을 그만두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어린 청소년 시기에 우연히 겪게 된 외모 평가가 다이어트 강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라고 했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선 얼마나 마른지 등급을 매기는 ‘키빼몸’(자신의 키에서 몸무게를 뺀 값) 표가 유행이다. 가장 마른 등급인 ‘뼈말라’ 인간이 되기 위해 안 먹고, 토하고, 뱉는다. “한국 사회에서 다이어트 강박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살 뺄 필요 없는 사람들조차도 칼로리 걱정을 하고, 한 번쯤은 다이어트를 고민하잖아요. 제 활동이 ‘마른 몸만이 예쁜 몸’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깨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어떤 몸을 가지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남다른 시각, 네이버 뉴스 구독 ▶▶아침을 바꾸는 습관 H:730▶▶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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