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2022.12.03 방영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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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플레감축법 이후 한국 배터리업체들 대미 투자 봇물 EU ‘역내 생산 우대’ 법 곧 발표, 유럽에도 공장 지어야 할 판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차별대우를 한 데 이어 유럽도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유사한 법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유럽연합은 원자재법 초안을 내년 초 발표할 예정입니다. 미국·유럽 같은 거대 경제권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섬에 따라 한국 같은 나라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차별대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직접 공장을 지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첨단산업 생태계가 약화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견제를 확대하면서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올해 8월16일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RA)의 핵심 조항들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면서 그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함에 따라 법 개정은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입니다. 11월13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하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플레감축법의 이행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백악관 보도자료는 뉘앙스가 많이 달랐습니다. 백악관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바이든의 이런 발언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감축법이라는 역사적 투자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미국의 야심찬 어젠다를 설명했으며, 두 정상은 미국과 한국 기업들이 공동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할 중요한 역할을 논의했다”고만 밝혔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을 적극 홍보했다는 설명입니다. 두 정상이 제각기 자국민들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플레감축법 개정이 아니라 이 법의 이행방안을 논의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법의 핵심조항들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올해 말까지 세부 하위규정을 만들 예정인데 한국 정부와 현대기아차는 관련 조항을 3년간 유예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터리 3사 이어 소재·부품 업체까지 미국행 러시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고자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합작 공장을 짓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또한 배터리 소재·부품 업체까지 법 조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미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들의 대미 투자가 가속화하는 형국입니다. 세계 주요 첨단산업 업체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중국+1’, 또는 ‘중국+2’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중국과의 공급망이 차단될 경우에 대비해 중국 이외 지역 한두곳에 비슷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배터리 소재업체인 엘지화학은 11월22일 미국 테네시주에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27년 완공되면 연간 12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데,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12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수준입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입니다. 이는 현재 엘지화학의 한국과 중국공장 양극재 생산량(합계 연 8만톤)을 합한 것보다 많습니다. 앞서, 엘지에너지솔루션·삼성에스디아이·에스케이온 등 배터리 3사도 각각 수조원씩 투자해 미국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선 상황입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GM·스텔란티스·혼다와 각각 합작해 공장을 건설하고 있거나 건설할 예정입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스텔란티스, 에스케이온은 포드와 각각 손을 잡았습니다. 이는 바이든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 전략이 일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과도하면 국내 첨단산업 생태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되면 연관된 수십개의 협력업체들도 함께 움직이게 됩니다. 산업계 일각에선 벌써 국내 산업의 공동화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데 기우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국내 최대, 세계 2위 배터리 업체인 엘지에너지솔루션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회사의 지역별 배터리 생산능력은 올해 기준으로 한국 21GWh(기가와트시), 중국 93GWh, 유럽 68GWh, 북미 14GWh입니다. SK증권이 전망한 자료를 보면, 2025년의 지역별 생산능력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한국은 45GWh, 중국 145GWh, 유럽 115GWh, 북미 250GWh입니다. 한국은 2.1배, 중국 1.6배, 유럽 1.7배 증가에 그치는 반면에 북미는 무려 17.9배나 많아집니다. 미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칠 정도로 북미 지역의 생산능력 증가폭이 큽니다. 인플레감축법의 영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미 지역의 투자가 늘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터리 업체만 이런 게 아닙니다. 배터리 소재·부품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엘지화학은 현재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4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로입니다. 그런데 2027년에는 많이 달라집니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17만톤, 5만톤이고, 미국은 12만톤이 됩니다. 이것도 인플레감축법의 영향입니다. 엘지화학도 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엘지화학은 테네시주 공장 설립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테네시 양극재 공장을 통해 미국 IRA 등 글로벌 전지 소재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엘엔에프, 포스코케미칼도 북미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케미칼은 캐나다 퀘벡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엘엔에프는 미국 공장 설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 주도권 탈환 노리는 미국 현재 세계 전기차 산업 생태계는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이 엔진 성능에 달려 있다면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핵심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나 차지하고 주행거리까지 좌우합니다.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의 4대 소재로 구성되며, 이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원자재가 니켈·망간·코발트·철·흑연 등입니다. 배터리 공급망은 크게 원자재의 채굴·가공, 소재 제조, 셀·모듈·팩 제조 등 3단계로 나뉩니다. 중국은 이 공급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중국의 4대 소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습니다.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기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시에이티엘(CATL·중국명 닝더스다이)이 35.1%로 1위이며, 이어 엘지에너지솔루션 14.1%, 중국 비야디 12.8%, 일본 파나소닉 8.1%, 에스케이온 6.2%, 삼성에스디아이 4.9% 순입니다. 상위 10위 업체 중 중국 업체가 6곳이나 됩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보면, 엘지에너지솔루션이 30.1%로 1위이며, 시에이티엘과 파나소닉이 각각 18.9%로 공동 2위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시에이티엘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2020년 5위였다가 지난해 3위, 올해는 2위로 올라섰다는 점입니다. 시에이티엘이 납품하는 테슬라 모델3과 벤츠·BMW 등의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테슬라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배터리 업체는 세계 10위권에 단 한곳도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이나 탑재되는 부품은 중국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배터리 제조 강국이지만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습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과 코발트, 천연 흑연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모두 80%가 넘습니다. 인플레감축법은 세계 전기차 시장 판도를 중국에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거대한 기획입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가 반도체 같은 민군 겸용의 전략 기술·산업에서 안보와 별 관련이 없는 주력 산업으로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부품산업과 고용·금융 등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어서 미국으로서도 결코 중국에 최강자 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인플레 감축법상 전기차 세금 혜택(1대당 최대 7500달러)을 적용받기 위해선 ①최종 조립 조건, ②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③배터리 부품 조건 등 크게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번째 조건은 북미, 즉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두번째 조건은 배터리에 사용된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경우 3750달러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광물 비율은 2023년 40%를 시작으로 매년 증가해 2027년 이후부터는 80%를 넘어야 합니다. 세번째 조건은 배터리 부품 중 일정 비율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된 경우 3750달러의 세금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이 부품 비율은 2023년 50%에서 매년 증가해 2029년 이후부터는 100%가 돼야 합니다. 첫번째 조건은 8월16일부터 시행됐고, 두번째와 세번째 조건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됩니다. EU도 미국 본따 ‘Buy European’(유럽산 우선 구매) 추진 게다가 유럽연합에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9월 역내 자원 생산과 중요 원자재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의 원자재법(RMA) 제정을 공식화했고, 내년 초 법안 초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배터리의 경우, 유럽 리튬 수요의 80%를 유럽연합 역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들인 프랑스와 독일은 11월22일 미국과의 인플레 감축법 협상에서 성과가 없으면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우선 구매법)을 본따 ‘유럽산 우선 구매법’을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0일(현지시각) 미국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플레감축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프랑스 업계 사람들에게 아주 공격적(super aggressive)”이라며 “미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의 원자재법 제정이 현실화하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공장을 추가로 지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저래 한국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한국 내 산업기반은 취약해질 것입니다.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 기업들은 또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틈새를 노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9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387만대로 미국(69만6000대)보다 5.6배나 많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10만281대입니다. 독일은 이미 중국의 고급차 시장 강자인데, 전기차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베엠베(BMW)는 올해 6월 중국 선양시에 22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11월에는 배터리 생산을 위해 14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10월 소형 SUV 전기차 모델인 미니(Mini) 생산 공장을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혀 영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중국이 ‘소재-배터리-전기차’라는 산업 생태계를 갖춘데다 생산비용도 훨씬 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중국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과 탄탄한 공급망을 무기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독일·네덜란드 등 5개국에서 ET7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야디는 지난달 파리 모터쇼에서 3개 모델을 발표하며 유럽 진출에 나섰습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이 유럽과 제3세계에서 활로를 찾게 되면 미국의 견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 시행으로 한국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분야별로 달리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는 단기적으로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생산량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2025년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돼야 ‘북미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3년간 GM과 포드 등 경쟁업체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느냐 안받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동급 경쟁 차종(소형 SUV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포드 머스탱 마하E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회사의 미국법인 홈페이지를 보면, 보조금을 받기 전 아이오닉5의 기본사양 가격은 4만1450달러, 마하E는 4만6895달러입니다. 아이오닉5가 5445달러 쌉니다. 그런데 아이오닉5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마하E는 보조금을 받게 되는데 보조금 지급 뒤의 가격은 역전이 됩니다. 마하E는 7500달러 혜택을 받으면 3만9395달러가 됩니다. 마하E가 2055달러 싸지는 것입니다. 인플레 감축법은 이미 두 회사의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포드는 2023년형 마하E의 가격을 2022년형에 견줘 3천달러 인상한 반면에, 현대차는 아이오닉5 가격을 1500달러만 인상했습니다. 현대차로선 가격 격차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미국의 제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단기간에 핵심 광물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것입니다. [논썰] 미국 이어 유럽까지! 한국 첨단산업 곳간 텅 비나. 한겨레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동아시아와 분업 모델 재편 나서 인플레 감축법 시행은 현재 국제경제질서가 얼마나 위태로운 처지에 빠져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성 위주에서 회복력과 안보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1990년대 초반 이후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값싼 부품을 동아시아에서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구축해왔습니다. 그 결과 동아시아, 특히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탈산업화한 미국은 제조 중심지가 러스트벨트로 쇠락했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달래느라 기존의 미국-동아시아 분업 모델을 이제 폐기 처분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생산까지도 주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모델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의문시되지만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당분간 이런 시도를 계속할 것입니다. 중국 때리기는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인플레 감축법이 국가간 차별대우 금지를 요체로 하는 국제 통상규범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중간선거 직전에 전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국제경제질서에서는 중간에 끼어있는 국가들이 입는 피해가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 같은 나라들이 더 큰 고통을 받게 돼 있습니다. 지금의 혼란은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중국+1, 중국+2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착될 것입니다. 지금은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실리 외교를 능동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사안별로 다른 국가들 및 미국 내 동조 세력과 공조를 해 미-중의 과도한 패권 경쟁을 완충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플레 감축법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연합과 일본도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대우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 첨단산업에서 상당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미국은 우리의 반도체 제조역량과 배터리 기술 및 제조역량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이런 레버리지를 활용해 국익을 최대화해야 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수십년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글로벌 공급망의 대전환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기존의 미국-동아시아간 분업 모델이 재편되고, 중국의 기술력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혁신 역량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국가 차원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우리도 외국의 주요 기업들을 한국에 유치해 아시아의 혁신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첨단산업 분야의 연구개발과 고급인력 육성을 지원하고, 핵심기술을 보호해야 합니다. 보조금 지급 확대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미·중과 직접 경쟁은 어렵겠지만 이들의 보조금 지급 동향을 살펴가며 규모를 책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경제질서는 지금 새로운 판짜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5~10년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입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세계 경제전쟁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기획·출연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단독] 방음터널 화재, 진입차단시설 전기 끊겨 작동 안 해 ▶▶“내부총질”, “날리면”, “중꺾마”…2022년을 달군 말말말▶▶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TV 2022120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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