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EYE] 민주주의는 '개복치', 걸핏하면 붕괴

2022.12.03 방영 조회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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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디 약한 민주주의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산다.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는 투표 행위다. 한 표 한 표가 자신을 대변하는 지도자를 뽑을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제법 오랫동안 선거에서 투표하며 승패에 따른 희비를 치열하게 느껴왔기에, 민주주의를 당연하고 보편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현재의 우리 민주주의 체제는 87년 정치 민주화 이후 35년 됐으니 아직 청년기에 불과하다. 사실 중기적 역사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적으로도 민주주의가 그렇게 보편적인 정치 체제는 아니란 게 확인된다. 지난달 초에 열렸던 SBS D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 아담 쉐보르스키 교수는 '결코 흔치 않고 취약한 시스템'으로 민주주의를 규정했다. 근대사에 미국이 처음으로 삼권분립을 담은 민주주의를 채택한 17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정치 권력의 교체는 민주주의 하의 선거에 따른 게 570번이었고, 그보다 많은 607번이 무자비한 폭력에 의한 쿠데타가 동력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 68개 국가에서는 기존의 정치권력이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혹은 어떤 이유로든 권력을 넘겨준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선거에 따른 평화적인 정권 교체의 속성을 담은 민주주의의 실존이 그만큼 일반적인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민주주의란 게 한번 도입되면 순풍에 돛 단 듯 그대로 쭉 흘러가는 게 절대 아니란 것이다. 쉐보르스키 교수의 분석을 보면, 한번 형성된 민주주의 체제의 존속 기간은 가장 많은 경우가 20년 안팎이고 50년을 넘어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온갖 희생을 치르며 민주주의가 도입되더라도 오래가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인데, 이를 테면 아르헨티나의 경우 민주주의와 독재가 지금까지 8번 교차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목숨을 잃는다는 개복치처럼 생존력이 취약한 민주주의가 35년 지속되고 있는 한국은, 그렇게 보면 잘하고 있는 셈이다. 쉐보르스키 교수는 부유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가난한 국가보다 생존력이 훨씬 강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SBS D포럼 강연에서 "1976년을 기점으로 아르헨티나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더 높았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단 한 곳도 민주주의가 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력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인 한국은 그런 측면에서 민주주의 존속의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그렇다면 부유한 국가 반열에 든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전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 요소는 과거에는 군부 쿠데타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학자들이 포퓰리즘과 정치 양극화를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암적 요소로 규정한다. 포퓰리즘 정치 세력은 특정 집단의 이념과 이익에 호소해 정권을 잡은 뒤 그 집단의 이익 만을 위한 정책을 양산해 소외된 다른 집단의 반발을 사게 되고, 이는 결국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며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시초가 된 미국이 당면한 현실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이념적 토대는 다원주의다. 다원주의 관점에서 다양한 가치의 충돌에 따른 갈등은 당연한 것이다. 각양각색의 이익과 가치를 담은 견해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갈등하고 경쟁하며, 그 과정을 통해 합리적 의사 결정이 창출될 수 있다는 믿음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정신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신이 포퓰리즘과 정치 양극화에 의해 훼손당하며 흔들리고 있다. 한 정권이 정치를 잘해 50년 이상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 양극화를 유도해 거기서 생긴 갈등을 에너지로 생존력을 얻거나, 내 편만을 챙기는 포퓰리즘 정권이 그만큼 오래 권력을 잡으면 다원성이 바탕인 민주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생존력이 취약한 민주주의를 이처럼 열악한 정치 환경 속에서 보호하려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게 있다고 쉐보르스키 교수는 강조한다. 우선, 특정 집단에만 유리하도록, 달리 말하면, 다른 편이 정권을 잡기 힘들도록 여러 규제 장치를 바꿔서 영구 정권을 획책하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수단인 선거는 패자로 하여금 다음번에는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도록 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영원한 패자가 선거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 또 한 가지, 즉 패자에게도 미래를 함께 설계할 동기부여를 정치·공학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국회든 행정부든 이긴 쪽이 모든 의사 결정을 독식하지 않고 패자들의 참여를 위한 공간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와 더불어 일부 국민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지지 여부를 정책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 편 여부로 판단하며, 반대 편의 모든 것을 앗아 오기를 바라는 정치 팬덤은 종국적으로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고철종 논설위원 고철종(논설위원)(sbskcj@sbs.co.kr) ▶ SBS 카타르 2022, 다시 뜨겁게!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SBS 202212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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