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현장의 모습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배경에는 기업들이 사고 예방보다는 최고경영자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안전관리 책임자를 따로 선임하고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는 법망을 피해 가는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윤정주 기자입니다.
[기자]
동국제강 하청업체 소속 이동우 씨는 지난해 3월 크레인 정비 작업 중 안전띠에 몸이 감겨 숨졌습니다.
멈춰있어야 할 크레인이 갑자기 움직였는데 현장엔 안전 관리자도 없었습니다.
당시 이 씨의 아내는 임신 3개월이었습니다.
[권금희/고 이동우 씨 부인 : 주저앉아 울기만 했었어요. 아빠 없는 아이로 살아야 할 우리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노동청은 사건 발생 10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3명을 입건했습니다.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는 원청인 동국제강 공동대표 김모 씨 1명으로, 하청업체 대표 등 2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입니다.
후판사업본부장 전무였던 김 씨는 두 단계 뛰어오르는 고속 승진을 거쳐, 중대재해법 입법 논의가 한창이던 2019년 동국제강의 공동대표가 됐습니다.
노동청은 "검찰이 세 번 넘게 수사를 보완 지휘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사주이자 공동대표인 장세욱 부회장을 입건 대상에서 제외하게 했다"고 설명합니다.
검찰은 취재진에게 "장 부회장은 업무상 안전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며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부회장이 아닌 김 씨가 최고안전 책임자로,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와 실질적인 경영자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흔히 총알받이라고 부르는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내세워서 실제 경영책임자들이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법안을 더 명확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류호정/정의당 의원 : 진짜 사장이 책임질 수 있도록 범위를 좀 명확하게 해야 하죠. 바지사장 세워서 처벌받을 수 있게 (법이) 후퇴된 부분이기 때문에…]
(영상디자인 : 신재훈·허성운)
윤정주 기자 ,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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