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백브리핑 시작합니다. 오늘(28일)은 뉴스 스토리텔러로 최재원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시작하죠.
[기자]
오늘의 키워드 < 천재의 문신 > 입니다.
[앵커]
누가 천재인가요?
[기자]
영화 홍보는 절대 아닌데요.
이게 다음 주에 개봉하는 한 영화의 포스터입니다.
천재 소리를 듣는 건 이 영화의 주인공, 세르게이 플루닌입니다.
[앵커]
영화배우니까 연기 천재인가요?
[기자]
사실 플루닌은 영화배우이면서 무용수, 발레리노이기도 한데요.
19살에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수석 발레리노에 올랐던 천재인 겁니다.
춤추는 모습 잠깐 보실까요?
중력에서 벗어난 듯 가벼운 몸놀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천재급'이라는 거 알 거 같긴 합니다.
이 영상의 조회수 무려 2천990만회입니다.
[앵커]
그런데 몸에 문신이 많아 보이네요.
[기자]
뭐 문신이 많다고 문제아다, 이런 건 좀 옛날 사고 방식이죠.
다만 문신이 많은 플루닌이 발레계에서 문제아로 통해온 건 맞습니다.
발레단은 원래 규율이 엄격한데, 여기에 반항해서 온 몸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별명도 '발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그냥 문신이 많다고 뉴스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네, 제가 플루닌 얘기를 가져온 건 바로 특히 이 문신 때문입니다.
가슴과 양쪽 어깨에 걸쳐 무려 3개나 새겨넣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얼굴입니다.
[앵커]
보통 문신으로 누군가를 새긴다는 건 존경한다, 닮고 싶다, 이런 의미 아닌가요?
[기자]
네, 플루닌도 푸틴을 찬양한다면서 문신을 새긴 건데요.
사실 푸틴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푸틴은 외교무대마다 길게는 몇 시간씩 지각하는 걸로 유명한데요.
플루닌은 공연 전날 아예 사라졌다가 결국 발레단을 나와야 했다고 하네요.
또 푸틴이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를 노골화한 거처럼 플루닌도 "뚱뚱한 인간들을 때려버리자" 뭐 이런, 혐오를 공공연하게 주장했습니다.
[앵커]
발레 동작은 우아한데, 생각은 우아하지 못하네요. 그나저나 푸틴 광팬이면 러시아 사람인가요?
[기자]
제일 황당한 게 바로 이 대목인데요.
플루닌은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는 수도 키이우에서 발레학교를 다녔고요.
지금은 모두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는 곳입니다.
다만 지금은 푸틴을 존경해서인지 국적 자체를 러시아로 바꿔버렸다고 하네요.
[앵커]
우크라이나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발레 팬들,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네, 실제로 팬들이 떠나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데요.
이게 신경은 쓰였는지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세르게이 폴루닌 (2022년 8월) : 곧 러시아, 영국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평화로워질 겁니다. 매우 안전한 환경, 안전한 세상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앵커]
푸틴 방식의 평화라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점령해버리는 거잖아요?
[기자]
그러니까 당연히 온라인 공간에선 "독재자의 문신을 가슴에 새기고 무슨 평화를 기원하느냐"는 격한 비판부터 더 이상 팬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푸틴 한 사람을 위해서나 춤을 추라"는 쓴소리까지 마구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원래 오늘과 내일 이탈리아에서 공연이 예정돼있었는데, 항의 전화와 메일이 쏟아져 취소되는 일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앵커]
러시아 자체가 원래는 예술강국이라 친러시아 예술인들이 적지 않은 면도 있었죠.
[기자]
그렇긴 한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친러, 친푸틴 예술가들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역시 우크라이나 출신이면서 러시아 내각에도 참여했던 이 여성과 바올리니스트인 남편, 국제 무대에서 외면당하고 있고요.
'푸틴의 친구'라고도 불리는 유명지휘자도 오페라에서 하차당했습니다.
[앵커]
예술계에선 그나마 '정의구현'이 바로바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최재원 기자였습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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