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상공에서 탐지된 중국의 정찰풍선
[빌링스[美 몬태나주]A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본토 상공에서 발견된 중국 정찰풍선 문제를 둘러싼 사태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도 미국 정부는 당초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전격 연기한다고 발표하는 등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국무부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며 "블링컨 장관은 상황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이른 시기에 중국을 방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의제가 현격하게 좁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정상회담 이후 후속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최대 전략적 경쟁 상대이자 당면한 최대 도전으로 중국을 지목한 미국은 관리가능한 경쟁에 무게를 싣는 대신 이것이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방지하자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정찰풍선 문제'라는 예기치 않은 사태로 미중 관계가 당분간 한층 긴장관계로 흐르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부에선 오는 2025~2027년 사이의 시기를 적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며칠 전 중국 정찰 풍선의 미 본토 진입을 파악하고 공군기를 출격시켜 추격하는 등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미 본토 상공의 고고도 정찰기구(surveillance balloon)를 탐지해 추적 중"이라며 "미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이를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 정찰기구가 중국 것임을 확신한다"며 "목적은 분명히 정찰이며, 항적은 몇몇 민감한 장소 위를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보고를 즉각 받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물었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지상의 민간 피해 등을 우려해 정찰기구에 물리적 공격을 가하지 말 것을 백악관에 강력히 건의했었다고 설명했다.
정찰기구의 고도와 관련해 고위 당국자는 민간 항공기의 비행 고도보다는 높지만 우주까지는 아닌 대기권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미국 영공을 비행한 정찰풍선이 민간용 관측 위성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그 비행선은 중국에서 간 것"이라고 중국 것임을 인정했으나 "민간용이며, 기상 등 과학연구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서풍의 영향으로 자신의 통제 능력상 한계에 봉착, 예정된 항로를 심각하게 벗어났다"고 밝히며 군사용이나 정찰목적이 아닌 우발적 침입사건임을 강조했다.
대변인은 이어 "중국 측은 비행선이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잘못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은 앞으로 계속 미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며 이번 불가항력에 의한 의외의 상황에 대해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같은 해명과 유감 표명에 대해 미국 정부가 예정됐던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연기라는 '카드'로 대응함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한 양국의 해법은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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