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 환자는 한밤 응급 때도 4시간 달려 서울로 가야한다

2023.02.09 방영 조회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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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② 지역 병원서는 치료기록 없다며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환자 보내 고수동씨가 지난달 3일 오후 광주광역시 딸 집에서 요양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인근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며 오랜 기간 치료받은 그는 수개월간 서울살이를 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큰 병 걸리면 서울로 가라.’ 해마다 비수도권에 사는, 국내 사망원인 1위 암 환자의 30%, 소아암 환자는 70%가량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한다. 체력이 약한 환자가 4~5시간씩 걸려 수백㎞를 통원하거나, 아예 병원 옆에 거처를 얻어 서울살이를 시작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대형병원 인근에 하나둘씩 환자 숙소가 들어서더니 이제 고시원·고시텔·셰어하우스·요양병원이 밀집한 ‘환자촌’으로 자리잡았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부터 석달간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과 경기도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틈타 성업 중인 환자방 실태를 취재했다. 또 같은 기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치료받는 지역 암 환자와 보호자 46명을 인터뷰하고, 188명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10명의 자문을 거쳐 한국의 지역 의료 불평등 실태와 필수의료·의료전달체계 대책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달 9일 자정 무렵 식도암 환자 고수동(76)씨를 태운 사설 구급차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 집에서 서울 강남의 병원까지는 멀고도 애타는 여정이었다. 그 전날 숨이 차오르고 가래가 멎지 않는 상황에서 수동씨는 딸과 사위를 호출했다. 바로 딸 부부의 차를 타고 15분 거리 노화도 항구로 나가 배를 타고 전남 해남 항구까지 40분 가까이 이동했다. 광주광역시 딸 집까지는 다시 차로 2시간 남짓 걸렸다. 이튿날 광주의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의료진은 처음부터 항암·수술 치료를 맡아서 하지 않았기에 난색을 보였다. 그길로 사설 구급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려 서울로 왔다. 서울 의료진은 폐에 염증이 생겨 주변 조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6월 항암치료, 8월 수술과 합병증으로 입원했다가 같은 해 11월 병원 옆 원룸 ‘환자방’을 뺄 때만 해도, 수동씨는 일상 복귀를 꿈꿨다. 석달이 채 못 돼 벌써 두 차례 서울 응급실행을 경험하자, 서울에 매인 삶이 계속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날 이후 한달, 고씨는 8일 현재 서울삼성병원에 입원 중이다. 퇴원해도 서울 병원에 매인 삶 수동씨는 지난해 초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면서 큰 병원이 없는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를 처음 진료한 광주의 의료진은 “진행된 식도암인 것 같다”며 지역 종합병원을 추천했다. 하지만 광주 병원도 수술이 여의치 않다고 했고, 가족들은 그를 삼성서울병원으로 데려왔다. 이후 암 치료와 합병증인 부정맥(심장박동 불규칙), 식도 천공(식도 구멍)으로 줄곧 강남 일원동 일대 환자방에 거주하며 입·퇴원을 반복했다. 지난해 11월 초 완전히 퇴원한 줄 알았던 수동씨가 또 서울로 이송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 새벽, 딸 집에서 지내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호흡도 가빠졌다. 가족은 급히 주변 응급실을 찾아 헤맸지만 갈 수 없었다. 아들 고복주(49)씨는 “지역 대학병원에 문의했는데 의무기록이 없어 응급실 진료가 어렵겠다고 했다. 결국 사설 구급차를 불러 서울 응급실에 갔다”며 “응급 상황에서 서너 시간 걸려서 서울까지 간다는 게 굉장히 두렵다”고 했다. 수동씨는 두번의 응급실행 모두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고, 그때마다 47만원을 썼다. 119구급차량은 중증외상 등을 제외하고는 먼 거리 관외 이송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항암과 수술 치료를 받은 지역 암 환자들에게 수동씨와 같은 응급 상황은 불안한 일상이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호중구(세균·박테리아를 막아내는 포식 세포) 감소, 발열, 쇼크, 폐렴 등을 겪더라도 지역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받기 힘든 탓이다. 광주에서 민간 구급차 6대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이정용(33)씨는 “한달에 구급차 한대당 8~10건 정도 서울로 이송한다”며 “이 중 30%가 서울 병원에서 치료받는 암 환자고, 나머지도 심장이나 혈관 수술 등 지역에서 치료가 어렵거나 서울 치료를 원하는 환자”라고 전했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 암 수술을 했고, 항암치료를 했는지 지역 병원엔 정보가 없다.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아주 긴급한 응급 상황만 해결하고, 원래 치료한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게 된다”고 했다. 강정훈 경상국립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의 치료 시설에 대한 접근성은 치료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이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위험해진다”고 했다. 서울 병원 퇴원해도 온 가족 초긴장 지난달 2일 취재진이 광주의 딸 집에서 요양하던 수동씨를 찾았을 때, 보호자들은 온도계·혈압계·심전도계·산소포화도측정기·혈당측정기를 구비하고 환자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있었다. 언제든 위급해지면 대응할 수 있게 집을 ‘간이 병실’로 만든 것이다. “(환자가 잘 때도) 중간에 일어나서도 보고, 화장실 갈 때도 보고 있지. 마음을 못 놓고 살지.” 수동씨 곁을 지키던 아내 최형례(71)씨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서울에 주 치료기관을 둔 지역 암 환자들은 응급 상황에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광주에 살며 서울 인근에서 치료를 받다 고향으로 간 소아암 환자 지우(가명·3)의 어머니 염혜영(가명·35)씨도 날마다 온도계로 환자 체온을 잰다. ‘체온 38도(또는 37.5도) 이상’은 혜영씨를 비롯한 소아암 환자 보호자가 가장 걱정하는 수치다. “발열 시 패혈증이 와서 중환자실에 가거나 숨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항암치료 중에는 열나면 응급실로 가는 게 가장 기본이에요. 지역에 소아암 전문의도 거의 없기 때문에 새벽 1시든 2시든 서울로 달려가야 하는 거죠.”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런 경우 1~2시간 안에 환자가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7월 열이 오른 지우가 염씨의 승용차로 서울까지 오는 데는 4시간이 걸렸다. 집-병원 3시간…서울 환자는 모르는 삼중고 지역 암 환자들이 서울에서 치료받는 경우, 병원까지 거리는 얼마나 될까. <한겨레>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함께 지난해 12월15~18일 서울로 간 비수도권 암 환자(보호자 대리 응답과 복수 응답 가능) 2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김영애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부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유효 응답자(이하 응답자) 188명의 답변을 분석해보니, 환자 거주 지역에서 서울까지 평균 이동 시간은 3시간15분이었다. 서울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으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묻자(복수응답 가능), 환자들 열명 중 네명(84명, 44.7%)이 거주지 복귀 시 응급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상당수 환자들이 제때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같은 질문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답한 어려움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체력 소모’로 전체의 67.6%(127명)였다. ‘교통비 부담’(108명, 57.4%), 숙박비 부담(108명, 57.4%) 등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부대비용도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치료비 부담(64명, 34.0%)이나 생업 유지 어려움(50명, 26.6%) 등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암 환자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충 이외에 지역간 의료 격차로 인해 응급 상황 대처 걱정, 체력 소모, 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서울과의 거리만큼, 환자는 더 위험해지고 더 고통받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건물에 깔린 딸, 손 못 놓는 아빠…기자가 전한 당시 상황 ▶▶한국인의 주식이 고기로 바뀌었다▶▶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TV 2023020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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