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연금개혁 이뤄낸 마크롱…반발 못 달래 '상처뿐인 승리'

2023.03.21 방영 조회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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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던 연금 개혁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원이 20일(현지시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부결하면서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재선에 도전하면서 내건 간판 공약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로써 자신이 했던 약속은 지킬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정치적 내상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우선 야당 지지 없이는 입법이 어려운 하원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우파 공화당(LR)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과 척을 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동안 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이번처럼 많은 시간과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좌도, 우도 아닌 중도를 지향하겠다며 정치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다수의 야권 정당들 가운데 공화당에만 의지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좌파 진영에서는 일찍이 마크롱 대통령을 우파 정치인으로 인식해왔고, 이는 지난해 총선에서 분열을 거듭하던 좌파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연임이 한 번만 가능하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마지막 임기에 배수의 진을 치고 신념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총리 불신임안 표결을 앞두고 토의하는 프랑스 하원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첫 번째 임기에서 복잡한 국가 연금 제도를 단일화하려다 포기한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버전의 연금 개혁안을 들고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애초 공약은 정년을 62세에서 65세로 올리는 것이었는데, 선거를 앞두고 반응이 좋지 않자 64세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직업을 갖기 전부터 은퇴 후 삶을 계획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워라밸'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은 64세 연장안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정년 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고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해 8번의 전국 단위 시위를 개최했다. 이와 동시에 파업도 진행했는데, 이달 7일부터는 교통, 에너지, 정유, 환경 미화 부문 등에서 일부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기차, 비행기,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되고, 파리 등에서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풍기고 미관을 해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에 따른 일상생활의 불편이 커지는데도 여전히 여론 조사를 해보면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고,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고 있다. 연금 개혁에 대한 불만은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제49조3항을 하원에서 표결을 생략하고 연금 개혁을 강행하겠다고 하면서 폭발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지만, 투표를 목전에 두고 정면 대결을 피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집권당에서도 제기됐다. 프랑스 하원 앞에서 지난 16일 열린 연금개혁 규탄시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의회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민 다수도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하원 투표를 생략한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는 지난 18∼19일 BFM 방송 의뢰로 18세 이상 프랑스인 1천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9%가 이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 45%도 헌법 49조3항 사용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미래를 걱정하며 추진한 연금 개혁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익보다 손해가 큰 '피로스의 승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왕 피로스는 잦은 전투를 벌여 승전고를 울렸지만,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한 나머지 손실이 더 커 이겨도 득이 되지 않는 승리의 상징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직면한 위기는 지난 2018년 11월 유류세를 인상하려다 프랑스 전역에서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를 떠오르게 한다. 그 여파로 한때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졌던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사회적 대토론에 나섰고, 민심 달래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연금 개혁 강행으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역대 두 번째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unr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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