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올렸습니다. 0.25%p 인상, 이른바 '베이비 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 상단이 5.0%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전례 없는 속도로 끌어올리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신경 쓰는 건 첫째도 물가, 둘째도 물가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시장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풀리면서, 물가가 치솟았고 부랴부랴 뒷수습을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멀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0%를 기록하면서 원래는 0.5%p 인상까지 점쳐졌는데,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크레디트 스위스 위기설로 변수가 생기며 속도 조절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경고도 했습니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올해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제 한국은행의 차례가 돌아옵니다.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오랜만에 '동결' 결정을 내렸는데, 다음 달 회의에선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지금 시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우리와 미국 기준금리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입니다. 지금 기준금리 차이는 1.50%p, 20여 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이자를 더 많이 주는 미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고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외국인 주식자금은 43억 달러 들어왔는데, 채권자금은 94억 달러나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의 행보를 보면 기준금리 격차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가 더 벌어질수록 좋지 않다는 객관적인 연구 자료 같은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란 걸 했습니다. 급격한 외화 유출이 벌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금융기관이 버틸 수 있는지 일종의 실험을 한 겁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충격이 발생해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건데요. 물론, 크레디트 스위스급 충격이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취재 : 김정우 / 영상취재 : 김현상 / 구성 : 전형우 / 편집 : 이혜림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김정우 기자(fact8@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