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서 열린 권투 경기에 출전했던 한 몽골 선수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 어제(23일) 전해드렸습니다. 꼭 있어야 하는 의사가 당시 현장에는 없었는데, 이 경기를 주관한 측은 해당 선수의 몸 상태가 원래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가족과 코치는 그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이태권 기자입니다.
<기자>
목에 건 메달을 내보이며 미소 짓고 있는 몽골 권투 선수 A 씨.
집안의 가장 역할을 했던 아들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급히 입국해 병원을 찾은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A 씨 어머니 :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내 아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내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코치로 현장에 있었던 몽골 스포츠 영웅 라크바 심은 초동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라크바 심 코치 : 응급구조사들이라고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안 해줬습니다. 선수가 쓰러졌을 때도 아무도 링에 안 올라왔고, 본인이 스스로 내려가게끔 해서 20~30m를 걸어가게 하고.]
해당 선수가 만성 뇌출혈을 갖고 경기에 출전했다는 한국권투위원회의 주장도 반박했습니다.
A 씨는 14년 차 권투 선수로 매 경기 전 검진을 받았고 지난달까지도 이상이 없었다며 링닥터가 있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라크바 심 코치 : 의사가 없었는데 프로모터 측에서 왜 경기를 치를 생각을 했는지가 우리 입장에서 제일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몽골에서도 의사가 2명이 있어야 경기가 열릴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경기를 주관한 한국권투위원회가 발행한 경기 규칙에도 링닥터가 경기 전 의무 검진과 경기 중 응급 상황에 대비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A 씨 어머니 : 만약 의사가 경기 전 우리 아들에게 이상을 감지하고 출전시키지 않았다면 내가 오늘 이렇게 타국에서 슬퍼하며 있지 않았겠죠.]
어머니는 아들이 깨어나기를 기도하며 당분간 아들 곁에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박현철, 영상편집 : 김윤성)
이태권 기자(right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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